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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잔소리 철학> 나의 인생 모델
신상형
안동대학교
(철학)명예교수

나는 젊을 때부터 닮고 싶은 인간 모델들이 있었다. 가장 대표적 장본인이 바로 이솝이다. 그런데 이솝은 구체적인 실존인물이라기에는 너무나 그 기록이 부실한 전설적인 존재이다. 여러 사람들이 그가 실존 인물이었음을 입증하려고 추적했다. 기원전 5세기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이솝을 BC 6세기에 살았던 노예라고 주장했다. 기원후 1세기의 전기 작가 플루타코스는 그를 기원전 6세기 리디아 왕 크로이소스의 자문관이라고 했다. 트라키아 출신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프리지아 사람이라는 이들도 있다. 공통된 기록은, 사모스 섬에 살던 노예로, 자유를 얻어 리쿠르고스 왕의 수수께끼를 푸는 자로 바빌론에 갔고 최후에는 델포이에서 죽음을 맞이한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이솝은 많은 동물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만든 우화 작가이다. 그는 동물들의 특징을 직관적으로 끄집어내고 이를 의인화하여 교훈적으로 묘사하는 독특한 문학의 장르를 개척하였다. 이솝의 우화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재미있는 줄거리로 구성되어서 전 세계 모든 어린이 도서의 메뉴판을 꽉 채우고 있다.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진진하여 보조 자료를 추가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이 새삼스레 필요가 없다. 반면에 이솝 우화가 주는 교훈은 너무나 뚜렷하고도 감동적이어서 아이들은 즐겁게 수용한다.

그러나 이솝의 우화는 너무 교훈에 치중한 나머지 과학적 진리나 통상적인 상식에 맞지 않을 뿐더러, 때로는 억지로 끼워 맞추는 어색함도 보인다. ‘토끼와 거북이’에서 표현된 동물 각각의 성격—성실과 불성실--은 전혀 근거가 없고, ‘개미와 배짱이’의 습성도 사실은 그 반대라고 한다. 실제로 이솝은 동물들을 대개 인간처럼 묘사하고 있으므로 이를 고지식하게 믿은 아이들이 동물원에서 피해를 본 사례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솝을 흠모하는 까닭은 이야기 꾸미기, 메시지의 전달력 그리고 쉬운 표현 등에서 보이는 그의 수사학적 탁월성이었다. 젊은 시절 한때 고상한 숙어적 표현에 매료되기는 했지만, 나는 잘 이해된 내용은 쉬운 문장으로 표현된다는 사실을 더 중시하기에 이솝을 여전히 존경한다. 더 나아가, 이솝의 탁월한 이야기는 단순한 책상물림이 아니라 그의 불행한 생애를 통과하면서 무르익어 나왔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한갓 한담이 아니다. 그것은 사물의 이치를 이론적으로 알고 관찰과 확인을 거쳤을 뿐 아니라, 자신의 지식을 실생활에 적용한 다음 논리적 체계화로 나온 스토리텔링이다. 그의 삶은 단편적 관찰과 종합적 추리 그리고 일상적인 적용과 주위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한 용어의 설정 그리고 재미있는 연행을 그리는 복합적인 사색으로 이어지는 고난의 행군이었으리라. 작은 유머와 위트에서부터 사람의 죽음에 이르는 심각한 담론과 그 상황을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사상의 기관사 노릇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작가가 바로 이솝이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솝은 흑인 노예의 신분으로 하루살이 인생을 살기를 거부하고 이야기의 완성을 위해 뜸을 들인 사색의 깊이와 너비는 이렇듯 엄청났던 것이다. 이솝을 생각하면서 나는 나의 얄팍한 삶을 반성한다. 하나의 철자, 하나의 단어, 하나의 문장은 엄청난 가치를 산출하여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허투루 쓸 일이 아니다. 더 나아가 우리의 사회나 국가의 사업은 어느 것 하나 간단하거나 무심한 생각이나 손놀림으로 조성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사회의 안전과 발전은 개별적이고 단편적 사고의 모음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최근의 국가의 운영이나 향방이 너무도 특정인의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그것도 여태까지 그것을 감당한 전임자나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여 분열시킴으로써 위기를 자초하는 실수를 너무 자주 보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는 깊이 있는 사색과 폭 넓은 대화 없이 진행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솝을 다시 음미해 보자. 이솝의 모든 이야기에 나오는 스토리는 투명하고 쉬우며 누구라도 공감할 결론을 끌어 낼 만큼 깊이 사색 되고 널리 소통된 결과이다. 게다가 그는 누구나가 재미있게 즐길 정도로 투명한 대화를 모색하였었다. 지금 여기에 이솝을 초청하고 싶다.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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