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무

옥수수

이재무
 

열병식 하는 병사들처럼 밭두둑

줄지어 서서 어느 날은 햇빛의 폭우에

어깨 축 늘어뜨리고 어느 날은 폭풍으로

땅에 닿을 듯 사지 휘어져 흔들어대다가도

달 푸른 밤이면 쫑긋, 둥근 잎사귀 열어

하늘의 말 경청하는 옥수수들 보고 있자면

나의 미래 불쑥 얼굴을 내밀어 올 것도 같다

한 여름 달아오른 지열의 적막 속에서

촘촘하게 박혀서는 누렇게 익어가는

옥수수 알들의 묵언을 나는 새겨 읽는 것이다

[이재무 프로필] 충남 부여, 동대 대학원, 편운 문학상 외, 시집[푸른 고집] 외

 

[시 감상]
세상의 모든 것에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 정작 그들은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바라보는 내가 배우려고 한 것뿐이다. 배운다는 것은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다. 낮은 자세와 인내와 뜨거운 태양을 속살을 종일 베어 먹어야 하는 것이다. 옥수수 알에게서, 개미에게서, 그리고 나에게서 삶을 배우는 일은 세상을 아주 낮은 자세로 살아가는 일이다. 어쩌면 진리는 내게서 가장 낮은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보지 못하고 있을 뿐.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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