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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혹부리 영감의 김포 이야기> 혹을 떼고 싶은 풍문
최영찬 소설가

밤이 이슥해져서야 토정 선생이 방으로 들어오셨습니다. 토정 선생은 피곤하신지 드러눕더니 곧 잠이 들었습니다. 양동이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는 것이 좋은 징조였습니다.

“우리 할아버님을 보면 놀랄 거요. 한 시각 정도 했는데 말을 더듬지 않았소.
“무슨 약을 썼나? 약을 쓰는 것은 보지 못했으니 침이라도?”

내 물음에 양동이는 손을 내저었습니다.

“아니요, 아니요.”

양동이는 줄곧 같이 있어서 할아버지 눌재 영감을 치료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자세를 바로 하고 발성을 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럴 리가 있나? 당신이 못 본 거 아니야?”

그렇게 오랫동안 말을 더듬던 분을 그렇게 짧은 시간에 고쳤다니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요. 얼마 말씀하시다 다시 말을 더듬으셨으니. 선생님께서 이렇게 조금씩 바로 잡으면 빠르면 일주일 안에 보통 사람과 똑같이 말씀하실 거라고 했소.”

토정 선생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저는 갑자기 우울해졌습니다. 혹을 툭툭 쳐 보았습니다. 눌재 영감을 현대 의학을 한 김우희만 고칠 수 있을 것 같이 말하더니 당신이 떡 고쳤다. 그렇다면 혹시 나도 고칠 수 있는 것 아닐까. 나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반달이 슬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쨘~ 하고 김우희가 나타나자 놀랐습니다.

“풍문 아저씨, 안녕.”
“보, 보름도 아, 아닌데.”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습니다. 김우희가 호호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무얼 보여줍니다.

“이게 혹을 떼는 메스에요. 지금 풍문 아저씨가 여기 계시면 싹뚝하고 잘라 드릴 수 있는데.”

나는 그녀의 말에 혹을 잡아당겼습니다. 하지만 김우희 꿈에 있는 메스가 어떻게 제 혹을 잘라낼 수 있을까요.

“아저씨, 제가 혹을 자를 수는 없지만요~”

말꼬리를 흐리는 건지 여운을 남기는 것인지 묘하게 말합니다.

“방법은 있어요. 내가 아니라 한의사가 있잖아요.”
“그런 의원이야 있지만, 첩약을 짓는 것이나 쑥뜸 놓는 것밖에는 못하지요.”

김우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아뇨, 아뇨. 제가 역사책을 보니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요. 종기 째고 고름 짜는 의원을 찾아보세요. 제가 수술 방법을 가르쳐 드릴 테니 그것을 들려주세요.”
“메스가 없잖아요. 식칼로 베어낼 수도 없고.
“맞아요. 종기 짜는 의원과 백정을 부르세요. 내가 아저씨에게 수술하는 방법을 알려 드리면 아저씨는 그것을 의원과 백정에게 말해 주세요. 백정은 칼로 소 돼지를 많이 잡아서 칼 쓰는 방법을 알지요. 그 사람이 아저씨의 혹을 떼어내고 의원이 뒤처리하게 하는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백정에게 내 혹을 떼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출혈이 심할 것입니다. 혹은 떼어냈는데 출혈과다로 죽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요.

“안 되겠어요. 그만둘래요.”

내가 수술을 거부하자 김우희가 나를 설득합니다.

“풍문 아저씨, 출혈문제라면 제가 알려 드릴게요. 언제까지 그것을 달고 계실 거예요.”

김우희의 말을 맞습니다. 지금 사십 년 넘게 말을 더듬던 눌재 양성지 영감도 토정 선생이 고치려고 하지 않습니까. 결국 나는 그녀의 말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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