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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권 마을을 가다-보구곶리]에코뮤지엄을 꿈꾸는 예술가 마을일반시민, 주민 참여하는 문화체험과 지역경제 활성화시키는 에코뮤지엄 지향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고 작가들과의 교류에도 활발한 홍선웅, 홍정애 작가

홍선웅·백광숙·김종정·홍정애 작가, 민예사랑 장재순 대표 작업실과 갤러리 모여 있어

48번 국도를 한참 달려 문수산성을 지나고 나면 왼쪽으로 찰랑찰랑 강물이 만져질 것처럼 가까이 다가오는 길이 이어진다. 그 길을 따라 구불구불 가다 다다른 한강의 끝자락, 보구곶. 강 건너 북한이 보이는 이곳은 푸른 논밭과 띄엄띄엄 보이는 나지막한 집들로 평화롭기 그지없다. 고즈넉한 오후 햇살이 고요하게 머무는 이곳에 미술작가들이 모여 예술가 마을을 이루고 있다.

판화작가 홍선웅, 서양화가 백광숙·김종정·홍정애, 민예사랑 장재순 대표 등 유명 예술가들이 이곳에 작업실과 갤러리 등을 열어 살고 있다. 모두 오래전부터 일찌감치 보구곶의 평화롭고 아늑한 풍광에 매료되어 터를 잡고 작업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런 작가들이 2017년 김포문화재단이 주민대피소를 ‘보구곶 작은미술관’으로 바꿔 개관하면서 미술을 통해 작가와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며 교류가 시작됐다.

‘보구곶 작은미술관’을 통해 작가 사이, 주민과 작가 사이 소통 활발해져

그동안 마을 주민들은 몇몇 예술가들이 마을에 사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예술을 이해하거나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갖지는 못했다. ‘보구곶 작은미술관’ 개관이 이런 예술가와 주민들에게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특히 2018년 <우리 이웃 작가전>, 2019년 경기문화재단 ‘G-오픈스튜디오’ 지역협력사업 <옆집에 사는 예술가>를 통해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직접 소개하고 작업공간을 이웃에게 오픈하면서 예술가들 사이의 교류도, 주민과 예술가들의 소통도 더욱 활발해졌다.

그러나 이곳도 코로나19를 비켜갈 수 없었다. 작은미술관은 어렵게 전시를 시작했지만 지속되는 확진자 발생으로 제대로 된 전시가 이어지지 못했고, 학기 중 하루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예약이 꽉 찼던 혁신교육 연계 활동도 모두 취소됐다. 문화 소통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모습을 갖춰가려 했는데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작년 오픈스튜디오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홍선웅 작가는 누구보다 안타까움이 컸다.

“작년 오픈스튜디오 할 때 정말 좋았다. 작은미술관과 함께하며 주민들에게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사람들이 작업실과 갤러리에 오면서 볼거리를 주는 작업이 이뤄졌다. 이곳을 에코뮤지엄이라고 해도 된다. 문수산성이라는 지역의 전통문화 유산이 있고, 여기처럼 자연환경 좋은 곳도 없지 않은가. 지역 안에서 문화공간을 창출해주는 작은미술관도 있으니. 작은미술관의 역할이 성공적이었다. 주민들이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작가와 주민들이 소통을 했고, 일반시민이 찾아오는 기회가 됐다.”

그의 에코뮤지엄에 대한 철학은 막힘없이 이어져 “에코뮤지엄은 우선 환경을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 환경과 생명 존중이 기본이다. 그리고 지역주민의 경제활동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문화공간을 통해 주민의 체험과 교감과 소통이 이어지고 일반시민들이 방문하게 되면 지역주민들의 경제적인 이익 창출이 이어져야 하는 거다. 그림을 보러 오든, 음악공연을 오든 찾아와서 하는 문화활동이 자연스럽게 지역주민과 만나게 되는 장소가 되고 그러면서 배추도 사고, 감자도 사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거다.”라고 명쾌하게 정의를 내렸다. 이런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은 마을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된다고.

차와 매화 전문가라 할 수 있는 홍선웅 작가. 작업실 2층 공간에서 차를 내리며 에코뮤지엄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역 중심의 에코뮤지엄을 만들어 나가고 싶은 작가들의 열망 가득

코로나 상황에서도 지역민과의 작은 교류가 시작되기도 했다. 홍정애 작가가 ‘꿈의학교’를 통해 초등학생들과 미술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갤러리와 작업실을 겸한 공간을 성동리로 옮긴 뒤 할머니 한 분이 손녀에게 그림을 가르쳐 달라고 하셨다. 그때는 저는 그런 거 하지 않아요, 하고 정중히 거절했지만 계속 맘에 남더라. 그래서 알아봤더니 ‘꿈의학교’를 통해 할 수 있어 수업을 신청하고 개학하게 됐다.”

그렇게 토요일마다 20여 명의 아이들과 미술수업을 하게 됐다. 이 지역 아이들을 우선으로 신청을 받았고, 다른 동네에서 오는 아이들은 수업 때마다 엄마들이 차로 데려온다.

“엄마들이 아이들 기다리는 시간에 동네를 산책하거나 산에 가보기도 하는데, 저희 갤러리 옆 길가에서 야채 파시는 분이 있다. 거기서 엄마들이 장도 보더라. 된장, 고추장도 파시는데 제가 수업을 하게 되면서 이분에게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좋더라.”

홍정애 작가는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오히려 대형 갤러리를 멀리하고 카페와 갤러리가 함께 있는 오픈 공간 갤러리를 선호한다며 코로나가 진정되면 가을쯤 작년과 같은 이벤트가 열리기를 희망했다.

꿈의학교 수업을 통해 에코뮤지엄의 실마리를 찾은 홍정애 작가. 경험을 나누며 매화길 이벤트의 필요를 주장했다.

김포문화재단 전시기획팀 박정현 팀장은 “지역화폐가 나오면서 내가 사는 지역에서 소비하고 뭔가 찾아보려는 생각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작은미술관과 작가들의 갤러리, 작업실이 있고 일반시민들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강한 작가들이 모인 보구곶은 정말 좋은 프로그램 자원이다”라며, “문화예술 분야도 이제 비대면 활동을 고민해 작가의 작업 모습이나 작품 설명 등을 온라인으로 보여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술 작품은 결국 눈으로 보고 싶은 부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이 확인된 소수를 대상으로 전시 참여를 이끄는 소규모 전시 관람이 기획되고, 그러려면 지역의 이런 작은 미술관, 작가 갤러리 등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앞으로의 전시 트렌드를 제시했다.

프로그램 지속 위해서는 행정과 마을 활동가의 역할 우선돼야

하지만 그는 보구곶 작가들의 소통의 열망이 ‘지속적인’ 지역의 소규모 프로그램으로 정착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했다.

“작가들에게 이런 활동을 다 맡길 수는 없다. 행정적인 부분이 개입되어야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결국은 예산과 인력과 조직의 문제다. 재단과 문화관광과의 역할이 필요하다. 하지만 에코뮤지엄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제대로 갈 수 있다. 지역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마을을 들여다보고 소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게 대안적인 공간이 리마다 작게 작게 만들어지고 연계가 된다면 에코뮤지엄이 확대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코뮤지엄을 지향하는 홍선웅, 홍정애 작가는 내년 봄, 매화가 필 때 작은미술관에서 보구곶 작가의 꽃 기획전과 함께 성동리 입구부터 화사하게 피는 매화길을 매개로 한 기획을 제안했다. 차와 매화에 일가견이 있는 홍선웅 작가는 이제 매화를 감상과 사유의 매개로서 인문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정애 작가는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침체해 빠진 성동리 매실사업을 되살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성동리에서 보구곶리까지 매화길이 멋지게 이어지고 나들이 온 사람들이 마을에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게 되는 이벤트를 꿈꾸는 것. 이들의 꿈이 내년 봄 활짝 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홍정애 작가 갤러리 모습.
올해 11월 전시를 앞둔 김종정 작가의 작업실 모습.

 

김정아 기자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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