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료시카

우남정

문 속에 문
뚜껑을 비틀거나 잡아당겨야 열리는
내 몸에는 문이 몇 개나 될까
나를 작동시키는 문을 바라본다
비밀을 간직한 창
잊어버린 비밀이 잊어버린 비밀을 기억해내는
이쪽과 저쪽의 경계
비밀은 안녕한가
나는 어떤 번호로 해제되어야 속살을 보일까
이 문을 열고 저 문을 닫는 순례들
빈방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비밀이 너를 만진다
너의 표정은 언제나 굳게 잠겨 있다

[프로필] 우남정 : 충남 서천, 세계일보 신춘문예, 김포문학상 대상,
시집<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저녁이 오고 있다>



시 감상
마트료시카는 한 개의 인형 속에 작은 인형 몇 개가 겹겹이 들어있는 러시아 목각인형을 말한다. 삶의 내면 속엔 나를 복제한 내가 겹겹이 들어차 있다. 내 마음 속에 또 내가 흐른다는 말을 기억한다. 내가 나를 찾아가는 것을 순례라 표현한 시인을 혜량해 본다. 여전히 나는 나의 베일 속에 가려진 채 찾고만 있다. 내 안의 내가 나를 찾는 것인지, 내 밖의 내가 내 안의 나를 찾는 것인지? 어쩌면 인생은 링반데룽의 협곡을 영원히 헤매는 것은 아닐지? 비밀은 없다. 내가 만든 것이기에 이미 비밀이 아니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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