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월령공주 중-

권태일 
김포문화원
문화사업부 과장

잘 알려진 일본 애니메이션 <월령공주>의 대사다. 일본과 국가적·국민적으로 감정이 좋지 않은 시점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소개가 다소 부담스럽다. 하지만 배움과 교훈을 얻는 데는 적과 동지를 가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이 애니메이션이 담은 철학적 내용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주인공 아시타카는 북쪽 변방에 숨어서 생활하고 있는 에미시 일족의 기둥이다. 정의감이 강하며 기품이 있는 청년인 아시타카는 어느 날 멧돼지신의 저주를 받게 되고, 저주를 풀기 위해 서쪽으로 먼길을 나선다. 저주의 시작점인 에보시라는 인물과의 대화 중 나오는 아시타카의 대사 “曇りなき眼で 物事を見定め”에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느꼈다. 의역으로 조금씩 번역이 다르지만, 직역 하자면 “흐림 없는 눈으로 매사를 확인한다.”는 말이다. 작중 주요 인물들은 나름의 정의와 신념을 가지고 그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움직인다. 주인공인 아시타카는 제3자적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앞장선다.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태도로 대립 속에서 화합과 평화를 도모한다. 누구도 100% 옳지 않으며, 100% 그르지 않다. 주인공은 순간순간 감정이나 편견에 휩쓸리지 않고 행동하며 희망적 결말을 만들어 낸다.

정보의 홍수라는 말도 이제는 구시대적 유행어가 돼 버린 지금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스쳐가는 정보 중 유용한 것을 골라내는 것도 머리 아픈 일이다. 이런 현실에서 누군가의 주관적 의견이 아무 비판 없이 내 판단력을 흐리고 있지는 않은지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본인의 커리어와 능력을 스스로 과시하는 사람, 타인의 치부와 못난 인성을 함부로 퍼트리는 사람을 끊임없이 만난다.

논어 위령공편에 ‘衆惡之 必察焉 衆好之 必察焉(중오지필찰언 중호지 필찰언)’이라는 말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싫어해도 반드시 좋은 점이 없는지 살펴보아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도 반드시 나쁜 점이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객관성을 유지하고 현실을 직시해야 통찰력을 기를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안에 올바른 답이 내고 현명한 대응을 할 수 있다. 대다수의 시민이 객관성을 유지하고 매사를 사심없이 바라보고 그에 따른 행동이 이어질 때 정의가 뿌리 내리고 선진 사회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21대 총선이 끝났다. 국민들이 흐림 없는 눈으로 정당과 후보자들을 평가했다면 우리 사회는 크게 도약할 것이라 믿는다.

구성 : (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고문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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