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 소설가

김우희가 이종 오빠가 미국 땅에서 곤욕을 당하는 것을 신나게 말하다가 도미찜이 발길로 이불을 걷어차자 얼른 몸으로 가렸습니다. 그러더니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풍문 아저씨, 이상하지 않아요? 반달이 떴는데 제가 모습을 보이니.” 그렇다. 김우희는 보름 달빛에 의해 나타났다. 그런데 지금은 반달이 아닌가. “제가 요즘 응급실에서 격무를 했는데 후임자가 와서 이틀 휴가를 냈거든요. 갑자기 쉬게 되니 아저씨 생각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기도했지요. 만날 수 있게요.” “그, 그럼. 지금 꿈꾸는 것이 아니란 말인가?”


“당근이죠. 오늘은 재미있는 이야기나 하나 해줘요.” 순간적으로 내 머리가 180도 회전했습니다. 이제 보름달이라는 지정된 날이 아니라 김우희가 원하는 날 언제라도 우리 둘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됩니다. 그렇다면 도야지가 아니지 2020년 김포병원의 처녀 여의사 김우희가 나를. 흐흐 기분이 절로 좋아집니다. “물론이지요. 조선이 개국 후에 명나라에서 사신을 보내기로 되었습니다. 그때 까지만 해도 명나라는 조선을 무서워했습니다. 왜구를 화약 무기로 무찔렀을 뿐 아니라 초원으로 쫓겨난 원나라가 힘을 합쳐 명나라를 공격하자고 조르는 형편이었기 때문입니다.”

명나라는 건국 초기라 아직 정착이 안되어 있기에 조선을 두고 고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머리를 맞대고 의논 끝에 조선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 명나라 사신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명나라 황제가 사신에게 말했습니다. 조선에는 인재가 많다고 하니 어려운 수수께끼를 내어 혼을 내어라. 이 소식은 금세 조선으로 전해졌고 임금은 크게 놀랐습니다.” “그렇겠지요. 어머나! 고개 좀.”도미찜이 또 발길로 이불을 차는 바람에 잠옷차림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도미찜 아니 도미진 아가씨는 낮에 무얼 했는지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면서 침까지 흘리며 곤하게 잡니다. 얼굴이 아무리 예뻐도 그리 자니까 추해 보입니다. 김우희가 얼른 이불로 덮고는 아예 눌러앉았습니다. 나는 못 본 척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중국 사신의 수수께끼를 맞히는 자에게는 금은보화를 내리겠다. 만약 틀리면 사형이다.”

임금의 포고령이 내리자 금은보화가 탐이 났지만 맞출 자신도 없는데다 틀려서 나라 망신을 시키면 사형이라는데 나설 사람이 있겠습니까. 사신이 올 시간은 다가오는데 나서는 사람이 없자 조정도 시끄러워졌습니다. 이때 압록강가의 뱃사공이 소식을 듣고 자원했습니다. 아침에 떡을 몇 개 먹고 명나라 사신을 맞았습니다. 사신은 뱃사공의 몰골을 보고 코웃음 쳤습니다. “사신은 상대가 비천한 뱃사공임을 알고 하늘은 둥글다 하는 뜻으로 손으로 원을 그렸습니다. 그러자 뱃사공은‘ 내가 먹은 떡은 네모입니다’라는 뜻으로 네모를 그려 보였습니다. 사신이 깜짝 놀랐습니다. 무식해 보이는 뱃사공이‘ 하늘은 둥글다’ 하니‘ 땅은 네모집니다’ 하니 말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삼강은 아느냐 하는 뜻으로 손가락 세 개를 폈습니다. ”뱃사공은 그것을 보고 오른 손바닥을 활짝 폈습니다. 떡을 세 개 먹었느냐 묻는 줄 알고 떡을 다섯 개 먹었다고 한 건데 명나라 사신은 삼강뿐 아니라 오륜도 안다고 알아들은 것입니다. 얼굴빛이 변한 사신이 수염을 쓰다듬었습니다. 그러자 뱃사공은 배를 쓰다듬었습니다. 이에 명나라 사신은 혼비백산해서 그대로 돌아갔습니다. 천한 뱃사공도 이렇게 유식한데 조정의 인재를 만나면 개망신 당할 것 같아서 였습니다. 김우희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묻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요? 수염을 쓰다듬었는데 배는 왜 문질러요?” “뱃사공은 떡이 맛있었느냐 물으니 배를 문지르며 ‘배부르게 먹었습니다’라고 한 것인데 명나라 사신은 염제를 아느냐 하니 복희씨도 안다고 대답한 줄 알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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