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민교육 ‘꿈의 학교’ 교장을 만나고 그에게 명함을 받았다. 명함에 새겨진 교장이라는 단어가 마술처럼 눈에 확 들어왔고 호기심과 함께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다. 그리고 그 학교는 뭘 배우고 뭘 가르치는 학교인지, 학생은 누구인지도 궁금했다. 2018년 그렇게 호기심으로 ‘만들어 가는 꿈의 학교’ 우리 동네 둘레길 만들기 ‘우.동.둘’은 시작되었다. 교장이라는 직함은 가슴을 설레게 했고 한 겨울 찬바람에 헛물 켠 두 볼처럼 부끄러움으로 돌아왔다.

2018년 ‘만들어 가는 꿈의 학교’ 우.동.둘 꿈지기 교사로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함께 했던 12명의 아이들은 당산미 1코스길을 만드는 초석이 되었다. 우.동.둘이 둘레길을 만든 당산미는 3.1운동 100년 유적지이지만 김포 공항 활주로를 만드느라 산이 사라지면서 옥녀봉이라는 이름이 당산미를 몰아냈고, 지금도 공식 명칭이 옥녀봉이다. 그리고 당산미는 3.1 만세 운동의 횃불을 들었던 중요한 역사적 장소이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의 거의 없었고 이름조차 빼앗겼기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이름을 되찾고자 우.동.둘은 힘을 모았다. 하지만 활동을 하는 동안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이 가능한 아름다운 산책길에 여기저기 출입 가능한 코스도 많아 좋다는 칭찬만 들었고 학생들이 발품을 팔아서 이름을 짓고 디자인해서 건 둘레길 표지 끈은 쓰레기가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우.동.둘은 김포 시민들과 김포로 이사 오는 사람들을 위해 당산미의 역사적 사실과 소중함을 알릴 수 있는 안내판을 설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런데 일반 사람이 국가 소유의 땅에 설치물을 세우는 것은 불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설치 사유를 설명하고, 설치물을 청소하고 관리하겠다는 조건으로 멋진 입간판도 설치하고 표지판도 31개나 걸었다.

아이들은 점점 우.동.둘에서 하는 모든 일과 지역의 행사 부스 운영이 습관처럼 되었고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말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 눈에 보이게 많아졌다. 더불어 행사를 주관하며 큰 그림을 보는 안목을 배웠고 두려움 때문에 못한다는 말도 싹 줄었다. 특히 학교에서 거의 말이 없는 아이가 우.동.둘을 하면서 목소리가 커졌다고 학교 담임 선생님께서 좋아했으며, 친구와 후배들에게 꿈의 학교 홍보 대사의 몫을 톡톡히 하는 우.동.둘 마니아가 되었다.

우.동.둘에는 코스팀, 디자인팀, 이름팀이 있어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마치면 다른 팀을 돕는 확실한 규칙이 있다. 말 그대로 이름팀은 둘레길을 살펴보고 역사, 문화, 풍경과 어울리는 이름을 짓고, 코스팀은 너무 가파르지도 너무 평탄하지도 않은, 볼거리가 적당한 길을 찾아 여기저기 돌아보며 코스를 만든다. 디자인팀은 이름팀과 코스팀이 만든 자료를 보고 적절한 그림과 글을 써 넣는 안내도를 그렸다. 점점 아이들은 분업화에 익숙해져 일을 나누어 코스와 이름과 안내도를 잘 완성했고, 사람들은 수정 보완된 길을 걷는 참여자가 되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한 활동을 자신의 진로 진학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디자인팀 아이들은 미술 디자인 쪽으로 진로를 생각을 하고, 북변동 100인의 벽화 그리기에 세 작품을 맡아서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2019년 3월에는 고촌읍 독립운동 100주년 기념식에 참가했다. 대형 태극기를 들고 앞장을 섰을 때의 그 감동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얼굴에 쓰여 있었다.

2019년 8월에는 남해-순천-장흥-강진-해남으로 3박 4일 국토대장정을 다녀왔다. 아이들은 걷는 것을 두려워했고 차에서 내리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국토대장정은 걸어야 한다는 말로 설득이 되지 않았고 아이들의 입은 점점 댓 발씩 나와 서로를 불편하게 했다. 하루에 평균 2만보를 걷는 강행군 속에 아이들은 지쳐갔지만 늘 새로운 환경과 볼거리, 편한 숙소 덕에 다음날을 기대했다. 국토대장정을 무사히 마치고 서울로 올라왔을 때 어머니들은 환호와 박수를 쳤고, 가슴에 완주라는 계급장을 단 아이들에게 큐피드의 화살을 쏘았다.

마지막으로 우.동.둘은 EBS 캠페인 <온 세상이 학교다>를 찍게 되었다. 아이들과 영상을 찍느라고 고생을 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고 이곳저곳에서 잘 보았다는 말과 함께 우리 동네 둘레길 만들기 우.동.둘을 함께 하려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내년에는 학생 모으기가 좀 수월할까? 2020년 받은 밥상처럼 먼저 걱정을 한다. 학생 모으기가 힘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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