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게임스마트폰중독예방시민연대 세계시민국장

남녀가 결혼하여 자녀가 태어나는 것은 우리 삶의 축복이다. 하지만 자녀가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다문화 자녀들 역시 다문화 엄마를 선택해서 태어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나도 연세 많은 부모님을 선택해서 태어나지 않았고 우리 아들도 다문화 엄마인 나를 선택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나는 현재 한국이주여성 유권자 연맹 회장으로 유권자 권리와 자녀들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고 의논하면서 이주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 작년에는 경기도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마을공동체 공모 사업에 선정이 되어서 김포에서 ‘아싸 말모이’ 꿈의 학교를 운영하였다. ‘아싸 말모이’ 꿈의 학교는 다문화 자녀들 대상으로 운영하는 학교이다. 다문화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이유는 내가 결혼 이주여성이며, 이주여성들과 그 자녀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풀어주기 위함이다.

나는 중국 출신이고 2003년에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현재 17년째 김포시민으로 살고 있다.

2007년에 귀화했기 때문에 한국인 나이로는 14살이다.

나는 얼마 전에 김포신문에서 학교 폭력 대책 심의위원회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되었다. 학교 폭력 대책 심의위원회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자녀가 재학 중인 학교에서 운영위원으로 1년 이상을 활동해야만 서류를 지원 할 수 있다고 했다. 학부모 회장 경력 이주여성 리더 경력으로는 서류를 지원 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학교폭력’하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무서워하고 두려워한다.

2018년 뉴스에서 보도되었던 인천 학교집단 폭력사건으로 이 세상을 떠난 고인 A군도 러시아 엄마를 둔 다문화 자녀이다. 이런 사실이 벌어 질 때마다 이주여성들은 큰 충격에 빠져 한동안 먹먹해져 있곤 한다.

이런 큰 사건 외에도 다문화 자녀들은 학교폭력 따돌림으로 괴롭힘을 많이 당하고 있다. 작년에 나를 찾아 도움을 요청한 사례는 많았지만 그 중 제일 기억에 남고 마음이 아팠던 사례 2건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례1: 인천에 사는 초등3학년 다문화 자녀 A군은 같은 반 친구 B와 가벼운 말다툼이 있었다. 다음날 B친구는 6학년 언니를 데리고 와서 갑자기 둘이서 A군에게 폭력을 가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방어하기 위해 A군은 책상 위에 있던 가위를 들고 더 가까이 오면 찌를 거라고 위협했다. 학교 측에서는 흉기를 휘둘렀다면서 양쪽 부모님들을 학교로 불렀다. A군 어머니는 이주여성으로 한국어가 서툴고 그냥 다문화 엄마란 이유로 기죽어서 할 말을 거의 못했다고 했다.

사례2: 서울에 사는 5학년 A군은 같은 반 친구한테 늘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 강요에 못 이겨 책가방, 신발주머니를 들어주는 것은 일상이었다. 어느 날 친구 두 명이 A군한테 스마트폰을 빌려주면 술래잡기할 때 같이 끼워준다고 했고, A군은 스마트폰을 빌려주었다. 그런데 A군이 학원 갈 시간이 되어도 술래잡기는 하지 않고 게임만 하고 있자, A군은 폰을 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B군과 C군은 A군의 손을 묶어 놓고 폭력을 가했다. 폭력을 당한 후 시간이 한참 지나 A군은 학원에 갔다. 학원 선생님이 겁에 질려 있는 A군을 보고 부모님에게 연락을 했고 A군의 부모님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과 그 날 벌어진 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다. A군 부모님은 “왜 늘 책가방, 신발주머니 들어주면서 엄마에게 말을 하지 않았어?”하고 묻자 엄마가 알면 속상해하실까봐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학교 폭력위원회를 열게 되었고 A군 엄마도 이 사건으로 학교를 몇 번을 찾아 갔지만 한국어가 서툴러서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했다고 했다. 속상하고 억울해서 수소문으로 나를 찾았다. 나는 위 사례 두건에 대해 학교 측과 대화를 해서 억울함을 풀어주었다. 이런 일들 외에 많은 일이 학교현장과 다문화 가정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에 걸려오는 전화는 대부분 가정 폭력, 학교 폭력에 대한 상담 전화이다. 나 역시 현실에 대한 답답한 마음만 쌓여가고 가슴이 벌렁거리고 떨린다.

전국 다문화 가족 구성원 96만 명이고 (7~18세) 다문화 자녀수는 14만 명이 넘는다. 2019년 설문조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학교 폭력을 경험한 자녀는 8.2%로 2015년에 비해 3.2%포인트 증가했다. 대응방법도 '그냥 넘어감(18,2%)' 또는 '그냥 참음(30.4%)'이 2015년 조사 때보다 각각 4.6%포인트, 7.9%포인트 늘었다. 학교가 지옥이다 가기 싫다고 하는 다문화 자녀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김포에 거주하는 외국인 인구도 2만 명이 넘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폭력을 당하고 있는 자녀들이 있을 것이다.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폭력 심의위원회에서 공정하게 판단을 할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다 이주여성들의 특성상 접근성을 고려한 소통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이다. 소통의 공간이 있다면 보다 신속하게 교육을 통하여 정보를 얻고 폭력, 따돌림 등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빠와 엄마는 자녀들에게 똑같은 보호자이다. 엄마가 자녀들에게 더 애착을 갖고 사랑하는 이유는 10개월 배 속에 품고 있었고 또 뼈마디가 늘어나는 산후 진통을 느끼면서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다. 이주여성들도 결혼 초기에 낯선 환경과 한국문화를 배우면서 겪는 어려움이 똑같았기 때문에 이주여성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이주여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엄마가 지켜 주지 못해서 미안해. 다음 세상에는 꼭 한국인 엄마한테서 태어나”라고 한다. 그러면 초코파이 같은 피부의 너의 엄마는 한국말 잘 못해, 너의 외가집은 못 사는 나라 등 등 치욕적인 상처는 안 받을 거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님께서는 “다문화 가정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고 함께 품어야한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지만, 학교 폭력도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인생이 걸려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더 나아가서 전문가들은 사회와 경제적 문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을 한다.

나는 이주민 정책이나 다문화 자녀들에 대한 상담이 필요한 곳이라면 한국이주여성 유권자 연맹 회장으로 어디든지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다문화 자녀들의 디지털미디어 역기능에 심각성을 알고 ‘게임스마트폰 중독예방 시민연대’에서도 세계시민 국장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불어 사는 사회이다. 세계가 하나인 이 시대에는 모두가 세계시민이며 다문화 자녀 역시 세계시민의 일원으로 당당히 인정받아 마땅하다. 오늘도 낯선 타국에서 하루하루 언어와 전쟁하며 사랑스런 자녀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사는 모든 이주민 여성들에게 박수와 파이팅을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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