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형
안동대학교 명예교수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감염질환)로 비상이 걸렸다.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이 질환은 그 파급효과가 빠르고 사망률이 높아 중세 유럽에서 만연한 흑사병을 떠올리게 한다. 발병지인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아시아에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며 사망자도 증가하고 있어서 사태는 심각하다. 무능한 정부가 대처에 실패하면서 한국은 중국과 함께 많은 나라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는 지난 일요일(2020. 02. 23. 16:00) 현재까지 확진환자 602명, 검사진행 8,057명, 사망자 5명, 격리해제 18명에 이르렀다. 가장 도가 심한 곳은 대구와 경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약 100배 가량의 환자가 발생하고 그 확산 속도가 빨라 재난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코로나19는 감염되면 약 2~14일(추정)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37.5도) 및 기침이나 답답함 등 호흡기 증상과 폐렴발생이 주로 나타나지만 무증상 감염 사례도 드물게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를 대상으로 한 최초 논문에서는 발열(98%), 기침(76%), 근육통(44%), 가래(28%) 등을 동반하며, 중환자실 치료(32%)와 사망(15%)에 이르고 100%의 환자들이 폐렴증세를 갖는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치사율로는 유럽의 흑사병(30+%)이나 천연두(90+%)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약한 증상을 드러내며, 심지어 년 전의 메르스와 사스에 비교해도 그 정도가 낮다고 한다. 제시된 지침만 잘 실천하면 곧 사라질 질환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안일한 대처로 정부는 초기대응에 완전히 실패하고, 어정쩡한 정치적 태도로 전염원인 중국인 유입을 차단하지 않은 채 아직도 대중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사실, 국민 대중이 우왕좌왕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우리 인간이란 존재란 나약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인간은 온갖 살상무기를 만들고, 우주선을 띄워 미지의 세계로 비약하고, 고배율의 현미경으로 미세 세계를 파헤친다고 큰 소리 치지만, 인간은 자기의 연약함을 감추는 연기에 불과하다. 일찍이 파스칼은 설파했다.

“인간은 자연 가운데 가장 연약한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인간을 무너뜨리기 위해 온 우주가 무장할 필요는 없다. 한 방울의 수증기, 한 방울의 물로도 인간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우주가 인간을 짓이긴다고 해도 인간은 살육자보다 귀하다. 인간은 자신에 대한 것과 인간을 덮고 있는 우주가 자신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우주는 그렇지 않다. 인간의 존엄은 생각에 존재한다. 회복을 위해서는 채워질 수 없는 시공간이 아닌 생각을 의지해야 한다. 그러므로 생각을 잘하도록 갈망하자. 여기에 도덕의 원리가 있다.”

파스칼이 말하는 인간의 위대성은 육체의 강건이 아니라 생각을 잘 한다는 데 있다. 도덕의 원리란 인간이 스스로 위대한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약소하다고 정직하게 시인하는 것이다. 비록 흑사병만큼은 아니지만, 코로나19는 우리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피하는 것이다. 병리학적으로 우리보다 강한 세균이라는 것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대중들로 하여금 더 이상의 감염을 피하도록 빨리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부의 마땅한 역할이다.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정보를 조작하거나 특정 종파를 탓하면서 국민의 복리를 늦추는 실질적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일은 도덕에 반하는 행위가 된다.

덧붙여 인간의 위대성은 인간 수준의 의식을 발휘하는 것이다. 위대한 실존주의 철학자인 키에르케고어는 인간을 의식으로써 심미적 실존(인간), 윤리적 실존, 종교적 실존으로 구분하였다. 심미적 실존은 자기가 선호하는 일을 즐겨하는 일차원적 인간을 말한다. 이 단계의 실존은 자기 본위로 삶을 영위하며 충동적이어서 결단이 부족한 형태를 띤다. 자기본위의 사람들은 남을 배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윤리적 실존은 심미적 상태를 넘어 상대방을 배려하여 공생하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윤리적 실존들은 상호본위의 인격을 함양하여 공동체의 삶을 가꾸어 간다. 마지막으로 종교적 실존은 자신의 부족을 철저히 고백하며 헌신과 희생을 통한 타자본위로 자신을 승화시킨 사람들이다. 이들은 봉사로 삶의 의미를 누리며, 대가나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 인간의 특성상 종교적 실존들로 가득한 세상은 안타깝게도 환상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소수라도 존재하기에 인간사회는 살만하다. 이런 헌신(정직)이 없는 인간(사회)은 허약한, 진짜로 허약한 사람(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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