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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 영감의 김포이야기] 달빛 아래서 만난 김우희 <156>

원통 훈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가 미래에서 온 사람이라는 말에 반신반의했다가 주고받는 말을 들어보니 사실로 여겨졌던 모양입니다.

“그러면 토정 선생님은 눌재가 앞으로 어찌될 지 잘 아시겠군요.”

“물론이오.”

“그러면 친구가 말더듬는 것을 계속하게 될까요? 아니면 두 분이 고쳐서 제대로 말하게 되나요?”

그 물음에 토정 선생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선생님이 하신 말로는 분명히 말을 트게 될 것인데 침묵하고 계신 것이 이상합니다.

“방금 눌재를 고치러 이곳에 오신 것이라 하시지 않았나요?”

“그렇소. 하지만 고친다고 확언은 못하오.”

선생의 말에 원통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는 너무 늦었다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습니다. 나는 갑자기 가슴이 콱 막혀오는 것 같아 다시 물었습니다.

“선생님,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지요. 양성지 영감을 고치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까?”

“그렇지. 양성지는 말더듬이에서 해방될 것이다. 하지만 말은 계속 더듬어야 한다.”

이 말이 무슨 말씀이신가. 되묻는 내가 말을 더듬었다.

“서, 선, 선생, 님. 무슨 말씀이신, 지, 지, 요.”

“풍문, 네가 말을 왜 더듬냐? 밖으로 나가자꾸나.”

토정 선생이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자 저도 따라나서야 했습니다. 밤하늘 위에는 보름달이 두둥실 떠 있었고 수없이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희미한 영상이 나타나더니 이윽고 김포 병원의 응급실이 드러났습니다.

“선생님, 지금 시각이 자시인데 퇴근도 못하고 있네요.”

나는 도야지 아니 닥터 김우희가 잠도 못 자고 응급실에 있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게 아니야. 직책이 바뀌었어. 야간 응급실 담당이 되었지.”

“네에? 저렇게 연약한 처녀 여의사를 밤에 잠도 못 자게 하다니요.”

화가 났습니다. 아무리 낮에 잠을 잔다 해도 잘 때 자고, 쉴 때 쉬어야하는 것입니다.

“응급실 담당 의사가 다른 곳으로 갔어. 새로 의사가 오기 전에는 어려울 것이야. 아무래도 김우희를 가까운 시일에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구나.”

나는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며칠 뒤에 양성지 영감이 이곳으로 내려오신다고 했습니다. 청지기 지성안을 통해 말더듬이를 고칠 수 있다고 해서 예정에 없이 휴가를 내어 오는 것입니다.

토정 선생은 응급환자를 처치하는 것으로 보며 손가락을 꼽습니다.

“어? 양성지 영감도 조정에 일이 생겼네. 핑계를 댈 필요도 없구나.”

선생님이 그리 말하셨지만 청지기는 이틀 뒤에 온다고 귀띔하지 않았던가. 응급처치가 끝났는지 김우희는 한숨을 푹 내쉬고 의자에 앉아 쉽니다. 낮에 잠을 자고 꿈을 꾼다 해도 달이 뜨지 않은 밤이라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토정 선생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풍문, 이게 다 양성지 영감과 우리들의 운수다. 너는 그동안 재담할 준비나 해라.”

“선생님, 지금 시대에는 재담꾼이 없는데요. 누가 듣겠습니까?”

“그러니까 네가 재담 시장을 개척하란 말이다. 블루 오션이다. 네가 잘 개척해 두면 먼 훗날 너의 아버지도 재담으로 돈을 벌 거 아니냐?”

아, 그렇습니다. 내가 열심히 재담하고 돌아다니면 듣고자 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잘하면 재주꾼들이 나설 것이니 일자리 창출도 되는 것입니다.

최영찬 소설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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