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단체 그림책세상, <한강하구 사람들 - 유년시절 이야기> 발간

지리적으로 고립됐던 그 시절 이야기 담겨 … 내년 1월 도서관 비치

민통선 주민 고통 보듬고, 다음 세대와의 연결고리 찾기 위한 뜻 담겨

박금숙 작가, “김포 시민들이 한강하구 실질적 지배권을 쟁취할 날 기대” 

그림책 <한강하구 사람들-유년시절 이야기>
그림책에 수록된 그림

김포의 접경지역, 철책선으로 가로막혀 출입이 통제되는 민통선에 살고 있는 여섯 명의 이야기가 그림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예술단체 그림책세상이 기획한 <한강하구 사람들-유년시절 이야기>는 박금숙 작가가 글을 쓰고, 김동님·문성근·홍정애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이번 프로젝트는 경기문화재단의 지역예술활동 지원사업 ‘우리동네 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1년 동안의 자료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그림으로 김포의 옛 모습을 담는 동시에 지역에서 한평생 살아온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모았다.

지난 14일에서 16일에 거쳐 그동안의 이야기와 그림이 담긴 전시회가 개최됐다. 책에는 그림과 함께 여섯 명의 인터뷰가 담겼다. 민통선 보구곶리, 시암리, 전류리 포구에서 살아온 이들을 인터뷰한 뒤, 세 명의 화가가 여섯 명을 각 세 장씩 그림으로 그려 엮어냈다.

긴 철책선으로 인한 출입 통제는 주민들을 지리적인 특성 속에 고립시켰다. 그들의 인터뷰에는 생생한 당시의 심정과 이야기가 담겼다.

최고령자 인터뷰이인 성기천(성동리) 씨는 이 책을 통해 “어린 시절 맘 편히 논 기억이 없다. 학교에서 우리말을 쓰면 혼났다. 왜정시대인 일곱살에 김포 월곶국민학교에 입학해 해방되던 해에 졸업을 했으며, 물자가 귀해 아이가 스무 명이면 반은 스스로 신발을 만들어 신어야 했다”는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인터뷰이의 연령층은 50대에서 80대 였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 한강하구의 역사와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박금숙 작가는 “그들의 유년시절을 통해 격랑의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공통된 좌절과 희망, 이상을 엮어냈다. 공간적으로 단절된 민통선 주민들의 억눌린 과거의 상처를 보듬고 현재와 화 해를 시도했으며, 그들만의 사고방식, 정신적·정서적 특징, 저항의 원천을 발견하고자 했다”며 “또한 민통선 지역 주민들의 유년 시절 이야기를 통해 한강 하구의 역사적인 변천사를 되짚어 보고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할 일은 무엇인지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박 작가는 이어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한강하구의 김포시민들이 한강하구의 실질적인 지배권을 쟁취하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 동화책을 읽는 이들은 주로 10대 소년, 소녀들이다. 그들이 자라 한강하구의 주인으로 어찌 나아갈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에게는 그 지나온 발자 취를 남겨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며 “이 그림책 속의 기억들이 미래의 한강하구 주인들과 공유되고, 미래를 예견하는 연결고리가 되길 바란다”는 뜻도 함께 전했다.

14일에서 16일까지 오픈됐던 전시회 풍경

이번 예산으로 만들어진 책은 총 30권이다. 한국판과 영문판으로 제작했으며, 내년 1월경 관내 시립도서관 및 학교 도서관에 배치될 예정이다. 예술단체 그림책세상 측은 더 많은 예산과 기회가 확보돼 김포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학교, 유치원 등에 책이 비치돼 많은 이들  읽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같이 전했다.

한편, 박금숙 작가는 이화여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공부했다. 김포에서 ‘경기꿈의학교 그림책세상’의 교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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