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집으로 가고 싶다
이상국
벌써 오래 되었다
부엌 옆에 마구간 달린 아버지의 집을 떠나
마당도 굴뚝도 없는 아파트에 와 살며
나는 그게 자랑인 줄 알았다
이제는 그 부드러운 풀이름도 거반 잊었지만
봄 둑길에 새 풀이 무성할 때면
우리 소 생각난다
어떤 날 저녁에는
꼴짐지고 돌아오는 아버지 늦는다고
동네가 떠나갈듯 우는 울음소리도 들었다
이제는 그 소도 아버지도 다 졸업했다고
이 도시의 시민이 되어 산지 오래인데도
우리 소 잘 먹던 풀밭 만나면
한 짐 베어지고
그만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프로필]
이상국 : 강원 양양, 백석문학상, 유심작품상외 다수 수상, 시집 [뿔을 적시며]외 다수
[시 감상]
늦가을 한때, 어쩌다 덤으로 얻은 시간이 생기면 가만히 앉아 밖을 본다.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 차들, 무리지어 옮겨 다니는 행렬들, 그리고 따뜻한 차 한 잔. 머릿속 영사기를 돌려본다. 솟다백이, 개구리, 아침이슬에 젖은 풀잎, 빨갛게 말리는 고추, 매달아 놓은 메주, 곶감들, 승냥이 우는 저녁, 호롱불, 콩엿, 깨엿, 들판을 숨차게 달리던 아이들, 고봉밥. 다 잊었다. 떠났다. 아니 내가 떠났다. 나도 그만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김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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