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서상민
언제부턴가
그녀가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 말이 내겐 불안하다는 말로 들린다
철이 바뀌어도 날아갈 곳을 찾지 못한
그녀는
젖은 날개로 내게 돌아온다
흐트러진 제 깃을 쪼는 왜가리처럼
그녀는
눈이 붉어져 가고
그녀가 불안하다고 말할 때
나는
서둘러 창을 닫는다
그녀가 사랑하는 건
모르는 것에 대한 황홀한 오해였으니
또 다른 사랑을 찾아 휘휘 날아갈 그녀를
어느 붉은 꽃사태 그늘 아래서
거둘까 두렵다
새 그림자 멀어져가는 강 끝에
가닿은 하늘
[프로필]
서상민 : 2018 문예바다 신인상 등단, 한국외대 졸업, 김포 문학상외 다수 수상
[시 감상]
가을로 들어섰다. 계절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가을을 선택했다. 가을은 이별하는 계절이라 했다. 누군가 이별은 가을에 하라고 했다. 어디선가 귀 밝은 철새들이 편대비행을 준비한다. 깃과 털을 갈고, 몸집을 키우고 날개를 가다듬는다. 분명 어딘가에 부러진 날개로 찾아 온 그녀가 비상을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 모든 이별의 뒤엔 기다림이 있다. 알던, 모르던.
[글/김부회 시인, 평론가]
김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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