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식
전 김포대 총동문회장
전 파독광부협회 회장
전 경기도의원

우리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처방전을 받는다.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중한 병이 아니라면 처방전에 따라 약을 복용하면 대개는 며칠 내로 낫는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살이에서 아프고 병 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야기로 배우는 하버드의 지혜’라는 책에 실린 글이다.

<이미 다양한 방면에서 성공을 거둔 한 박사가 있었다. 그는 남들보다 더 많은 지위와 명예, 부를 누리고 있었지만, 단 하루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삶이 공허하게만 느껴지면서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결국 그는 한 심리학과 의사를 찾았다.

의사는 박사의 고민을 들은 후, 이렇게 말했다. "당신에게 딱 맞는 처방전을 써 드리죠.“ 의사는 잠시 뭔가를 약봉지에 적더니 다시 말했다. ”여기 네 가지 처방전이 있습니다. 내일 아침 당장 가까운 바닷가로 떠나세요. 잡지나 신문을 읽지도 말고, 가족이나 일 생각도 잠시 접어 두세요. 9시, 12시, 15시, 17시. 시간에 맞춰, 약봉지를 하나씩 열어 보시면 됩니다. 시간을 꼭 지키세요.“

다음 날, 박사는 의사의 말을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바닷가로 나갔다. 그는 이른 아침부터 바다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오랜만에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9시가 되어 그는 첫 번째 약봉지를 하나 꺼냈다. 그런데 그 안에 든 것은 알약이 아니라 의사의 글씨가 적힌 쪽지였다. '귀를 기울여 들으세요.’ 박사는 조용한 곳에 앉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주위에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가 그의 마음을 조금씩 진정시켜 주는 듯했다. 사실 그는 박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한 이래로 한 번도 편안한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12시가 되어 그는 두 번째 약봉지를 꺼냈다. 그 안에는 ‘추억’ 이란 두 글자가 쓰여 있었다. 그는 앉은 채로 옛날의 기억을 더듬었다. 철없지만 순수했던 어린 시절, 청년이 되어 멋도 모르고 사업을 시작한 일, 친구들과의 우정, 부모님의 사랑 등등 그동안 바쁘게 지내느라 잊고 살아온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순간 그의 가슴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꿈틀거리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오후 3시가 되어 그는 세 번째 약봉지를 꺼냈다. 그 안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초심을 회복하세요.’ 그는 문득 젊었을 때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는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하루 종일 일이 바빠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언제였는지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너무 소홀히 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시 예전의 밝고 씩씩한 모습을 되찾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저녁이 되자 바닷가에는 어느새 어슴푸레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오후 5시가 되어 그는 마지막 약봉지를 꺼냈다. 쪽지 위에는 '당신의 모든 근심을 모래에 쓰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모래 위에 그동안의 고민과 걱정거리를 남김없이 적었다. 그러자 곧 바다에서 파도가 밀려오더니 모래 위에 적은 그의 근심들을 깨끗하게 쓸어가 버렸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성공을 향해 앞만 보며 달리는 것도 좋지만, 가끔씩 자신만을 위한 편안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 사람은 해야 할 일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는 점, 하지만 그것을 제 때에 풀지 못하면 더 큰 근심거리들이 괴롭혀 올 것이라는 점, 밝고 활기찬 미래를 살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의 고민을 먼저 깨끗하게 씻어 버려야 한다는 점을 교훈으로 전한다.

나는 인생 4가지 처방전에 하나를 꼭 더하고 싶다. 시간은 22시, 밤 10시, 취침에 들어가는 시간이다. 그 때 펴보는 다섯 번째 약봉지에는 ‘용서와 감사’가 적혀있으면 좋겠다. 용서는 남을 위해 하는 것 같지만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용서는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아름다운 행동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리고 살아가는 인생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바로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 ‘용서와 감사’의 마음을 지닌다면 우리의 삶은 한결 밝아지고 따뜻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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