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에 대하여

 

최기순

 

새 한 마리 날아간 자리에 파르르 진동이 인다

그것은 슬픔에 대처하는 나무의 표현법

미세하게 오래 손끝을 떠는 방식으로 상황을 견딘다는 점에서

나와 나무의 유전자는 유사하다

 

나무는 그 진동에 기대어 얼마나 많은 새들을 날려 보내는지

가까스로 잠잠해지기를 기다려 깊은 수맥 쪽으로 발을 뻗는지

오랜 떨림 끝에 돌아와 수돗물을 틀고 손을 씻는 나는

거뭇한 나뭇가지들의 아침을 이해한다

 

이해한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과는 다른 것이어서

다리를 끌며 몇 발작 옮겨가는 사람을

머뭇거리다가 앞질러 가듯

아직 떨고 있는 나무를 스쳐 지나간다

 

매 순간을 가누려 소진되는 목숨들

눈을 감으면 전해오는 무수한 진동들이 있다

 

[프로필]

최기순 : 경기 이천, 실천문학 등단, 시집 [음표들의 집]

[시 감상]

나무와 새가 있다. 새가 날아가면 나뭇가지가 떨린다. 미세하게 오래 떠는 진동은 나무가 떠나간 새를 보내는 슬픔에 대한 방식이다. 나이 들어 아이가 떠나고, 곁의 누군가가 떠나고, 하나 둘 지인들이 떠나고, 보내고 난 자리에서 나는 다만, 소리 내지 않고 떨고 있다. 본문처럼 이해한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과 다른 것이다. 나를 떠난 것들을 나는 이해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오래 남아 있기에 간혹, 다른 누군가의 진동에 솔깃하거나 소리 없이 눈을 감아보는 것이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떠나가기 전, 마음껏 그리워하거나 사랑하거나.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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