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운 발행인

북한 핵문제는 세계적 관심사뿐 아니라 한반도 존망이 걸리고 남한과 북한이라는 한반도의 역사와 미래 가걸린 문제다. 우리는 성급하지만 문제를 풀 단서들과 키를 많이 창출해 내야 하고, 미국은 완강하지만 세계평화와 동북아 질서를 위해 한반도의 평화가 매우 중요하다. 북한은 그동안 소극적이었지만 남·북 영수회담과 미·북 영수회담을 통해 가려진 장막에서 세계에 노출되듯 알려졌다.
싱가포르에서 하노이로 다시 또 다른 회담처를 통해 북·미회담은 마지막 한 번의 기회가 더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의 역할은 보다 주도적으로 국면을 이끌며 미국과 북한을 설득하고 조율해서 미국과 북한이 원만한 비핵화 협의를 종결시키는 데 있다. 대통령 말대로 “없는 길도 만들어 가야!”할 만큼 적극적이어야 하고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는 확고한 신념이 넘쳐야 한다.  


북한은 2017년 11월, 김일성 선대로부터 이어진 핵무기 개발에 핵무력을 달성했다고 선포했다. 일본 열도 상공을 넘어 미국이 위치한 태평양 쪽으로 미사일 시험 발사가 이어졌고, 트럼프와 김정은의 막말 전쟁이 벌어졌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이 대화의 물꼬를 트여가며 싱가포르 회담이 성사됐다. 남·북 정상 간 회담 등 우리 정부의 끈질긴 노력의 결실이었다.
싱가포르 회담은 첫 회담으로 북·미 양국 간 만남의 성공만으로도 획기적 성과였고,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는 설렘이 충만했다. 5시간의 비행이면 도착할 베트남 하노이를 이틀에 걸친 기차 이동으로 김정은은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키고 중국 철도를 이용함으로 중국과의 밀월도 과시하는 행사성 기획도 성공시킨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양했다.
두 번의 만남이 그렇듯, 첫 번 만남의 서먹함과 피차간의 만발한 기대감으로 화기로운 분위기에서 회담이 진행되다가 트럼프의 영변 외의 핵시설과 핵무기에 대해 거론하며 핵신고, 핵동결, 미국으로의 핵무기 반출, 북한 핵과 미사일 과학자 전직 등을 주장하며 강경한 CVID 해법을 주장하면서 협상 테이블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했고, 회담은 결렬되었다.
북한은 최선희 부상의 발표와 개성 남·북 연락소 철수 정도의 반응을 보였고, 트럼프는 북한은 현재의 국제적 제재만으로도 충분히 고통받고 있다며 추가 제재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더 이상의 제재 불필요성을 강조했다. “내 친구 김정은”이라는 트럼프의 수사가 보여주듯, 트럼프는 북한의 오랜 전통으로 써먹어 오던 “벼랑 끝 전술”을 원천 봉쇄하면서 북한의 선택은 오로지 하나, 핵감축이 아닌 핵포기, 미사일 중대 사거리 포기에 방점을 두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현재 식량난 문제해소와 경제의 활력이 피어날 거라는 기대감으로, 북한 주민이 들떠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김정은의 하노이 방문 후 성과 없는 기대감의 몰락으로 주민들의 정권 구심력 이탈 문제가 심각해지자 공산당 특별생활총화 지시문으로 김정은이 대외활동으로 외국에 있는 동안 “인민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를 써내라는 지시를 했다. 북한 주민들이 생각한 것은 무엇이겠는가? 써낸 것과는 다르게 당연히 잘 먹고 잘 사는 시대를 원하는 생각으로 충만하지 않았겠는가!
김정은 역시 제재를 하나씩 풀어가며 트럼프가 얘기하듯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고 핵무기 일부와 핵시설 일부를 잘 감추고도 협상에 성공하는 멋진 생각을 꿈꾸었을 수 있다. 북한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만큼 폐쇄성이 강한 국가다. 그 폐쇄의 공간을 깨고 해외 협상을 이어가는 것은 특기할 만하다. 그것이 국제적 제재에 의한 결과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제 북한이 선택하고 결정할 일은 하나로 귀결된다. 핵검증, 핵·미사일 포기를 선언하고 국제 제재를 푸는 방법이다. 그 방법을 연구하고 협상으로 풀어가는 게 향후 과제가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북한은 소극적 자세를 지속 견지했지만 향후는 보다 적극적이지 않으면 많은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어렵지만 인내로 참아준 북한 주민이었지만, 남·북 영수회담, 북·미 영수회담 등으로 이미 북한 주민들은 통일까지는 아니어도 세계 각국이 뭉친 국제제재가 풀리고 남한처럼 잘 살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어 그 어떤 이유와 압박으로도 굴복시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 가장 큰 북한의 변수다.
그런 주민이 김정은이 “공기와 물만으로도 견디자”고 한들 귀에 들릴 리 없다. 오히려 권위가 실추되고 권력의 틈이 생기는 우스개로 전략할 우려가 크다. 그 어떤 의미보다 김정은의 신성 권위가 실추되면 북한은 통제만 있을 뿐 국민은 없는 상황으로 가게 되고, 민심을 잡을 방법이 없어진다. 극히 불안한 사회, 폭력적 저항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 그러한 불안한 상황을 맞기 전에 북한은 단호하고 현명한 선택을 하여야 한다.
미국도 트럼프의 재선이라는 긴급한 과제가 있어, 트럼프의 말대로 개인적 친분 있는 김정은 프레임을 효과적으로 상대해야 한다. 거래의 달인으로 큰 부를 쌓았고 거의 패배가 유력시되던 분위기를 바꾸며 미국민의 지지를 획득, 세계 최강국가의 대통령에 당선되어서는 중국·유럽연합·북미·러시아 등 세계 각국을 상대로 통상과 경제, 지적 재산권 등 전방위적 대결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엄청난 무역적자를 만회하기 위한 노력은 피아가 따로 없다.
맹방 일본도 예외가 아니고 강도 차이가 있지만 한국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의 강공으로 미·중 무역 전쟁은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급랭하고 그 여파가 우리에게도 미치고 있다. 무역전쟁을 하는 미국 당사자도 경기침체는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꼭 트럼프 영향이라고만은 할 수 없지만 세계 경기 흐름의 침체 역할이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 우려 등과 함께 복합적으로 경기둔화가 빠르게 이어질 전망에 있는 것도 북한의 입장에서는 긍정 현상이 아니다. 
또한 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는 그래도 식량 등 구호의 손길이 있었지만 지금의 국제제재 하에서는 당사국들도 경제사정이 어렵지만 제재 자체가 풀리지 않으면 우리 정부조차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시기적 국면은 트럼프의 재선 전략 시간표 속에 북한 문제를 잘 버무려 트럼프가 선거에서 승리하도록 우리나 북한이 도와주는 프로그램들을 제시해줘야 하는데 그게 바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다.
우리 정부도 자영업자들을 비롯 서민경제가 타격받고 중소기업들이 어려워지고 있는 시점에 있어 대내적 부담과 북한의 부담이 경제적 타격으로 겹치면 심각한 어려움이 도래할 수 있기에 북한의 비핵화 선언은 우리 경제의 청신호적 모멘텀으로 작용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죽느냐 사느냐의 절박함을 떨치고, 벼랑 끝 전술을 내려놓고, 리비아의 가다피처럼 될 우려는 대한민국이라는 버팀목이 있는 한 경우가 다르고 중국 또한 한 역할을 할 것이기에 우군이 없었던 리비아와는 판 자체가 다르다.
비좁고 어두운 길에서 벗어나 넓고 신선한 세계로 나오길 기대한다. 사실 북한의 선택은 어쩌면 외길일 뿐이다. 빠른 선택만이 주민을 편케 하고 주민의 지지를 받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넓은 세계의 동경으로 이미 밖으로 나와 있다. 그것을 알고 인정하는 게 지도자의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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