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사설·기고
[기고] 이름이 절반인 시대
김병중 
시인
문화평론가

사람은 태어나면서 누구나 자기 이름을 갖는다. 그런데 부모가 아무리 이름을 정성들여 지어주어도 자기 이름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이유는 좋은 이름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3가지 조건을 갖춰야 하는 데 그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이다. 부르기 좋고, 쓰기 좋으며, 희소가치가 있는 이름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학생들의 출석부를 보면 이름이 거의 비슷비슷하다고 한다. 비슷하다는 것은 희소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인데 일단 좋은 이름으로 보이면 앞뒤 가리지 않고 그것을 인용하게 된다. 유명 가수나 탤런트, 운동선수들의 이름을 따는가 하면 유명 드라마 속의 주인공 이름으로 짓기도 하지만 인기도가 떨어지면 이름값도 같이 동반 하락하여 나중에는 본인들이 직접 나서서 개명을 하기도 한다.

21세기를 이름이 절반인 시대라고 한다. 이름을 잘 지으면 마케팅에서도 절반은 성공하였다고 말하기도 하는 데 그만큼 이름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김포라는 지명은 감암포에서 유래했다고 하며, 지금의 김포(金浦)를 금빛 포구라는 의미라고 보면 한강과 서해를 접하고 있는 황금벌판을 가진 평야지대라는 지정학적 위치를 감안할 때 매우 좋은 이름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책이름도 사람이름이나 지명같이 중요하긴 마찬가지다. 책이름을 잘 지어서 독자들에게 더 사랑받는 예를 보면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서른 잔치는 끝났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을 꼽을 수 있다. 어떤 나라들은 수도를 자기 나라 이름과 동일하게 명명하여 세계인들에게 자국 수도의 가치를 더 높이는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멕시코, 파나마, 쿠웨이트, 싱가포르, 과테말라, 룩셈부르크, 산마리노, 지부티 등이 그러하다.

사람들은 자기 이름만으로 부족하여 호를 짓는가 하면 예명을 짓기도 하고 도시들은 앞을 다투어 브랜드 슬로건을 만들어 더 멋진 도시로 홍보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슬로건 중에는 <두바이>라는 도시 슬로건인 “두 바이(DO BUY)" 가 있는데, 이 도시의 ”모든 것을 사 가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 슬로건인가? 서울도 한때는 ”SOUL IN ASIA"로 “아시아의 영혼”이 깃든 도시라고 하니 이 또한 좋은 이름의 범주에 얼마든지 포함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요즘 김포시의 슬로건은 어떤가? “평화문화도시 김포”, 그런데 이 말은 아무리 곱씹어도 김포를 담아낼 수 있는 슬로건으로 보기에는 애매하고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김포와 평화, 김포와 문화가 어떻게 김포만의 특성을 나타낼 수 있는지 의아해진다. 김포는 아무래도 한강과 조강, 김포평야를 담아야 어느 정도 김포다운 냄새를 풍긴다. 평야도시인 전라북도 김제의 경우 <지평선>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축제가 되고 도시를 홍보하는 좋은 타이틀이 된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지만, 도시는 살아서 좋은 이름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현재 김포는 48번 국도와 제2외곽순환도로를 간선도로로, 앞으로 지하철이 개통되고 계양-강화 고속도로가 뚫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서김포 통진IC”라는 명칭으로 인해 외지인들에게 혼란을 주게 된다. 김포 지형상 대곶IC가 “서김포”가 되고, 하성IC가 “동김포”, 월곶IC가 “북김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서김포“라는 말을 무리하게 넣은 것이 오히려 문제를 자초한 것으로 이 말을 없애는 것이 혼란을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한하운길>이 아니라 <한하운시인길>이라는 도로명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우리나라 도로명에는 시인이나 장군, 선수 등과 같은 직업명을 넣지 않는 게 기본이다. 중봉로, 충무로, 퇴계로, 율곡로, 소월길, 박지성길이라 명명하지 중봉의병대장길, 충무공장군길, 퇴계학자길, 소월시인길, 박지성축구선수길이라 하지 않는 건 상식이다. 그리고 회사명이 바뀐지 17년이 지났음에도 <KT삼거리>아닌 <한국통신삼거리>로 명명되어 그렇게 도로표지판이 버젓이 붙어있다는 건 김포시민으로서 매우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브랜드 슬로건 명칭이나 도로명 하나 정하는 일에도 관계당국에서는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김포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뉴스
  • 1
  • 2
  • 3
  • 4
  • 5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