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재담에서 시전 상인들의 가슴을 송곳으로 찌른 뒤에 재담비를 받고 종로를 나왔습니다. 돈 좀 있다고 거들먹거리는 꼴이 보기 싫었는데 시원하게 풀이를 했습니다. 큰길을 걷다가 구수한 냄새에 이끌려 뒷길인 피맛골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피맛골은 높은 대감님들이 가마 타고 행차하면 앞뒤로 물렀거라~ 하고 호종하는 무리가 소리치면 모두 엎드려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만약 고개 뻣뻣이 들고 있다가는 치도곤을 당하기 일쑤였기 때문에 골목으로 피하니 자연스레 주막이 생긴 것입니다. 커다란 주막으로 들어가 부침개를 시켜서 먹고 있는데 시커먼 옷을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들이닥쳤습니다.

“어라? 혹부리 아니야?”

하는 소리에 기분이 상해서 고개를 번쩍 들어보니 염포교가, 염포교가 포졸들 사이에서 웃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원수 외나무다리에서 만났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빙의한 염라대왕은 외출 중이신 모양입니다. 염포교는 좌포청 소속인 포졸들에게 김포의 유명한 재담꾼이라고 나를 소개하며 재담 하나 하라고 하더군요. 부침개 맛이 다 떨어졌지만 할 수 없이 재담하기로 했습니다. 나도 이참에 심술 한번 부리기로 했습니다.

“충주에 성이 고씨요 이름이 비라는 구두쇠가 있었습니다. 얼마나 구두쇠인지 햇볕에 말리려고 된장독을 열어놓았더니 파리가 앉아있는 것을 보고 뒤쫓아 십 리를 쫓아가 붙잡아서 똥구멍을 핥았다고 합니다.”

역시 불쾌한 표정을 짓는 포졸들이었습니다. 주막에서 똥이라니. 하지만 염포교는 무엇이 좋은지 싱글거리며 다음 말을 재촉했습니다. 나는 불길한 기분이 들었지만 입을 열었습니다.

“이렇게 지독한지라 고비는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어떤 벙거지 쓴 포졸이 그를 찾아왔습니다. 보아하니 충주 관아에 있는 듯했습니다. 그자가 고비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습니다. 이보시오, 고비. 부탁이 있소. 그러자 고비는 흘끔 바라보더니 평소에 건방진 포졸인지라 싹 외면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말에 기분이 나빴나 봅니다. 염포교가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보았습니다만 모른 체 말을 이었습니다. 충주 관아 포졸이 말투를 바꾸어 공손히 ‘고비 어르신’ 하며 부자가 되는 방법을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고비는 이 비법은 몸으로 직접 체험해야 하니 안 된다고 해도 거듭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고비 어르신께서는 포졸에게 그러면 나를 따라오시오 하고는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산 위 절벽에는 소나무 가지가 달려 있는데 그것을 잡으라는 것이었습니다. 겁 많은 포졸은 무섭다고 징징대다가 할 수 없이 어렵사리 절벽 밑으로 내려가 소나무 가지를 붙잡았습니다.”

제 말이 스릴이 있었나 봅니다. 그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까 궁금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자, 그러면 한 손을 놓으시오.”

하니 포졸이 잔뜩 겁에 질려 왼손을 나뭇가지에서 뗐습니다.

“네. 그다음에는 어쩌나요?”

“이제 오른손을 떼시오. 포졸 나리.”

그러자 포졸이 벌벌 떨며 말했습니다. 이 손을 놓으면 나는 절벽으로 떨어져 죽는다고 하자 고비가 대답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부자가 되려면 나뭇가지를 움켜쥔 것처럼 돈을 꽉 움켜쥐어야 하는 겁니다.”

말을 끝내자 포졸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가서 앉았습니다. 염포교가 말합니다.

“풍문, 은근슬쩍 내를 욕보이는구먼. 건방진 포졸이라고? 내가 왜 서울에 있는지 아나? 양동이라는 놈이 김포의 당신 집에 들렀다가 도성으로 간 것을 탐색했기 때문이야. 알겠나?”

최영찬 소설가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