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는 김포문인협회의 발전과 지역문학 저변을 위해 신인 등용의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해, 역량있는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제3회 「김포문학」‘신인상’공모로 지역 문학 발전에 주역이 될 신인 작품을 선정했다.

다음은 신인상 당선 작품과 심사평, 당선자의 소감.

 

▶제3회 ‘김포문학’ 신인상 당선 작품

노련한 칼잡이 / 민서현 (본명 민옥순)

 

칼 하나 품고 나가는 사내가 있다

한쪽 귀가 잘려나간 절벽처럼

벽은 허물고 칼날은 세워

날카로운 모서리의 각을 뭉툭하게 잘라낸다

 

허리 굽히고 고개 숙이는 일에 익숙한 그는

칼 한 자루로 밥을 먹은 지 사십 년

칼끝에 달린 밥 때문에 칼을 놓을 수 없는 사내는

거래처가 날리는 약속어음에 표창(鏢槍)을 맞았고

때론 적의 급소를 가차 없이 찌를 때도 있었지

 

돌아와 보니 칼 맞은 자국이 세군 데

밤새도록

그 상처 때문에 끙끙 앓다가 채 아물지 않은 상처가 아침을 깨웠다

 

무딘 칼로 나갔다가는 칼 맞기 십상이어서

저녁이면 피곤한 몸으로 다시 칼날을 세운다

칼집을 나온 칼의 행방은

급소를 겨냥한 전투가 답습한 돌진이다

허나, 가끔은 칼자루를 놓쳐

제 칼에 발등 찍히고 손을 베일 때도 있었지

느닷없이 막다른 길에서 적을 만날 때도 있었지

 

바람에게 멱살 잡히고

는개에 묻힌 어둠조차 잘라낸 새벽녘

오늘은 결전의 날, 애초에 아무는 상처는 상처가 아니라는 듯

다시 벼린 칼을 맞는다

치환될 수 없는 상처의 분점이 날카롭다

 

기울고 깎인 해가 하늘 끝에 걸릴 때에야

그는 무딘 칼을 품고 돌아와

낡은 피를 빼내는 그믐달의 무릎에 피곤을 벗어놓는다

앞뒤도 분간할 수없는 지난밤처럼

그의 중심은 날선 발밑에 고정되어 있다

 

볕뉘 잠잠해지는 밤이면

이빨 빠진 칼이 집으로 돌아온다

 

▶제3회「 김포문학」신인상 심사평

"상징의 언어와 시적 발화의 새로움을 위하여"

 

이번 김포문학신인상에서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응모자는 모두 4명이었다.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나름의 시적 역량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런 만큼 각각의 작품에 나타난 한계 역시 분명했다. 각각의 응모작은 구체적인 정황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시 언어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구체적 정황이 충분한 상징과 연결되지 못한 채 다소 직설적인 발화의 양상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인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직접 드러내지 않는 자이다. 그런 면에서 시의 언어는 때로 ‘착란’에 가까운 우회적 모습이어야 한다.

「나는 김포의 버스운전사 序」 외 5편의 경우는 버스운전사의 체험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생생한 삶의 체험을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삶의 양상을 자세하게 보여준 작품이었다. 하지만 작품의 여러 곳에서 기성 시인이나 작가의 작품이 연상되는 점이 눈에 거슬렸다. 기성 시인과 작가의 작품을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은 아니라고 느껴졌지만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분명히 있다. 특히 김수영 시인의 작품을 패러디하여 쓴 작품의 경우는 패러디의 본질적인 특성에 대한 고민이 더 있어야 한다. 패러디는 기존 작품을 이용하여 그것을 넘어서는 지점을 포착해야 한다.

「오줌싸개」 외 4편의 경우는 단정한 언어를 구사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진부한 표현과 결합되어 상투적이었다. 소재 자체에서 오는 진부함인 경우도 있었으며 전반적인 시어가 낡은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낡은 시어는 단순히 단어 수준의 문제에 머물지 않고 시 전반의 정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미적 인식이 부족한 직설적인 발화가 나타나는 경우도 주의를 해야 할 것이다. 마음속의 감정이나 생각을 있는 그대로 토로하는 양상은 문학적 발화와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권력」 외 4편은 단조로운 세계관과 언술 양상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또한 자신의 내면에 있는 생각과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시적 감각이 약화될 수밖에 없기도 했다. 시는 미적 인식과 지배적인 정황을 통해 재현되는 결과물이다. 이와 같은 미의식이 전제되지 않는 발화는 문학의 상징적 특성이 제대로 구현되기 힘들다.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눈으로만 세계를 파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당선작으로 선정된 「노련한 칼잡이」 외 4편은 시의 외연이 확장된 세계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깊이 있는 시적 세계관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깊이 있는 시적 세계관은 작품이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 의식은 물론이고 상징의 깊이까지 보여주는 것이었다. 「노련한 칼잡이」는 ‘칼’에 대한 사유를 통해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보여주었다. 아울러 ‘칼’에 집중하고 시인의 의도는 감춤으로써 상징적 발화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등과 가슴의 거리」가 보여주는 직관의 힘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구체적인 정황에도 불구하고 화자의 모습이 다소 불투명하게 나타난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화자와 정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자칫 피상적인 세계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포문학신인상에 응모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인사를, 아깝게 탈락한 분들에게는 위로의 말을 전한다.

 

- 심사위원 : 조동범(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김포문학’ 신인상 수상소감 / 민서현 (본명 민옥순)

 

마음에 허기를 달래기 위해 詩와의 동거생활이 시작되었다

거처는 해가 들지 않는 쪽방이었다.

나는 늘 간난하고 헛헛하게 시절 없이 배가 고팠다

끼니를 거른 사람처럼 허겁지겁 먹어치운 낱말,

변두리로 밀린 문장을 끌어안고서 삼켜야 하나, 뱉어야하나, 망설일 때가 많았다.

손바닥 뒤집듯 자판을 덮고서 창가를 서성이기를 여러 날.

어째서 찾아와주지 않느냐고 이렇게 밖에 쓸 수 없느냐고 투덜거렸다

시 한 편만으로도 길을 잃지 않았으면 문장 하나만으로도 옹색하지 않았으면

그러나 여전히 나의 방은 어두웠고 초라해 채워야할 여백이 많았다

허투루 시 인 것 같은 생각과, 시 아닌 것 같은 사유가 부딪쳐 번번이 민낯이 되었다

너는 나의 화장기 없는 얼굴을 거들떠보지 않았고

그런 너를, 나는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다고 보따리 싸기를 여러 번.

헤어질까, 그만 놓아줄까, 죽도록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끌어안고 있는 관계에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가끔은 등 돌려 토라져 자기도 하지만

너 아닌 누구로도 그 자리를 채울 수 없을 것 같아 칠년 째 동거중이다

숱한 외면과 착란의 시간을 거치지 않고 너에게 가는 길은 참 멀고도 아득했다

이때 김포 신인문학상이라는 빛이 내게 찾아왔다

이제 시는 평생 함께 걸어갈 길동무라 생각하며 뚜벅뚜벅 걸어가 보겠습니다.

부족한 제 글에 날개를 달아 주시고 시인이라고 호적에 올려주신

조동범 심사위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김포문인협회와 문예반에서 가르침을 주신 여러 선생님들,

<달詩>동인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무심한 듯, 그러나 늘 내편이 되어준 남편,

이 자리를 빌려 고맙고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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