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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명절 스트레스 증후군
임종광 
김포우리병원
기획관리실장

점심시간에 북변동 공용주차장 근처‘김포 5일장’이 서는 재래시장을 둘러봤다. 추석을 앞두고 발디딜 틈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무척 한산하다. 의례 그러려니 했던 이맘때쯤의 시장 풍경은 좀 과장해서 표현하면 왁자지껄, 소란법석, 넉넉한 웃음소리와 후한 인심의 분위기가 되어있어야 했다. 장 한쪽에서 연실 파열음을 내는 쌀,옥수수 튀기는 소리 외에는 특이한 풍경을 볼 수가 없다. 명절대목도 경제 여파와 연관성이 있는 듯 하다. 병원에 오시는 환자분들 얼굴에서도 민족 최대의 명절을 맞는 설렘을 보기가 힘들다. 명절은 사람의 팍팍한 마음을 넉넉하게 바꿔주는 마술을 부리곤 했었는데 이제 그런 마술은 없나 보다. 이번 추석명절 휴일은 닷새로 길어 자영업자들,중소 영세 기업들은 속으로 시름이 깊을 것이다.

잘 아는 40대 여성분이 병원에 오셨다. 딱히 잘못 먹은 것도 없다 하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드나든다고 했다. 의사의 진단을 받아보니 뱃속에서 우루르쾅쾅 설사를 동반한 전쟁이 나더란다. 몸살 기운도 별로 없고 상한 음식을 먹은 적도 없었다고 한다. 1년에 몇 번씩 별 이유없이 그렇다 했다. 1년에 몇 번씩 생기는 이 증세를 알고 보니 명절 때나 시부모 생신같이 집안에 큰 일이 있을 때였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장이 심하게 움직여서 설사를 일으키는 과민성 대장염으로 진단되어 명절기간동안 약을 계속 복용하라는 의사의 처방을 받았다고 한다.

고혈압과 당뇨로 병원에 다니던 60대 초반의 친한 친구가 올 초 실직했다. 재취업이 쉽지 않아 건강이라도 지키자는 생각에 매일 등산을 했다. 하지만 건강 상태가 별로 좋아지지 않았다. 운동의 효과 보다 스트레스가 건강을 약화시킨 것으로 생각된다. 그 친구가 재취업을 한지가 3개월 정도가 되고 나니 혈압과 당뇨수치가 다시 정상으로 잘 조절이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병원을 내원해 검사를 해보니 다시 혈압과 혈당이 높아졌다. 생활습관에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이번 명절을 앞두고 가족간에 의견차가 있었다. 친구는 본가와 처가 모두 들르고 오랜만에 온 가족이 선산에도 가고 싶어했는데 가족은 여행을 가고 싶어 했다. 재취업을 하면서 월급이 많이 깎여 여행비용도 부담스럽고 부모님께도 죄송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고 며칠동안 잠도 설쳤다고 했다. 내가 맞장구를 치며 “세상이 다 자기 마음처럼 안된다”고 위로했다. “스트레스를 덜 받아야 좋아진다”는 말에 그는 “나도 알고 있지만 스트레스를 마음대로 받고 안 받고 할 수 있다면 무슨 걱정이겠냐”고 했다. 친구의 혈압과 혈당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정상적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기에 명절이 지난 뒤 다시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잘 조절되던 만성 질환자들의 검사 결과가 널뛰듯 우왕좌왕하는 것 역시 명절 스트레스 때문이다.

또한, 흔히 적령기의 자녀들도 스트레스를 받는 건 매한가지다. 작년 추석에 이어 올해도 구직중인 자녀들, 한창 공부할 나이의 청소년들에게는 어른들의 한마디가 가슴에 대못을 박기도 한다.“나 때는 말이야”,“너는 언제 결혼 할거냐”,“취직 자리는 잘 돼가냐”,“좋은 대학에 들어가야지”등으로 시작되는 조언은 십중팔구 잔소리가 된다. 이런 스트레스는 명절 치르기도 전에 사람 몸을 지치게 한다.‘신경성’이라고 이름 붙인 수많은 병이 이 시기에 창궐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해 주는 약이 있다면  단연코 노벨의학상 감이다.
올 추석에는 남여 구분 없이 온 가족이 가사 일에 동참한 뒤에 찜질방에 가서 몸을 녹진하게 지지고 묵은 때를 서로 밀어주며 스트레스를 풀어보면 어떨까.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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