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한 포대
                                                         박후기

천일염 한 포대, 베란다에 들여놓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누런 간수 포대 끝에서 졸졸 흘러내립니다. 오뉴월 염밭 땡볕 아래 살 태우며 부질없는 거품 도무 버릭 결정結晶만 그러모았거늘, 아직도 버릴 것이 남아있나 봅니다.   치매 걸린 노모, 요양원에 들여놓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멀쩡하던 몸 물 먹은 소금처럼 녹아내립니다. 간수 같은 누런 오줌 가랑이 사이로 줄줄 흘러내립니다. 염천 아래 등 터지며 그러모은 자식들 뒷짐 지고 먼 산 바라볼 때, 입 삐뚤어진 소금 한 포대 울다가 웃었습니다.

[프로필]
박후기 : 경기 평택, 작가세계 등단, 시집[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외

[시 감상]
올여름은 최고의 폭염이라고 한다. 어딘가는 38도를 넘었다. 가만히 있어도 흐르는 땀. 비교적 젊은 나도 더운데, 부모님은 어떨지? 하루하루 걱정이 태산이다. 전기요금 아깝다고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안 켤 것 같다. 주머니 탈탈 털어 다만, 여름 한 철 전기요금이라도 시원하게 내드리면 나도 덜 더울 것 같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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