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1469~1527)는 여러 방면에서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었습니다. 피렌체의 가난한 가정에서 출생하여 피렌체 공화국의 서기장으로 활약했고, 외교 사절로 신성 로마 황제에게 파견되기도 했습니다. 메디치가(家)가 피렌체를 다시 지배하게 되자, 한때 체포된 후 은퇴하고 유명한 『군주론』 등을 집필했습니다. 빈부 격차, 무한 경쟁, 약육강식의 논리, 그 속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고독해지는 인간의 삶.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인식은 새삼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닙니다.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주체적이 되어야 하며,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고 더는 약자로서의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 마키아벨리는 중요하게 읽혀야 합니다. 인생의 전환점에서 방황하고 있다면, 인생에 서툴고 지쳤다면 시대를 통섭하는 마키아벨리를 만나야 합니다. 나는 “울지 마라, 인생은 울보를 기억하지 않는다.”는 마키아벨리의 말을 가슴에 새기면서 세상의 험난한 어려움을 이겨냈습니다. 마키아벨리 연구자들은 마키아벨리의 사상을 굳이 한마디로 말한다면 ‘시민주의’라고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로 치면 가장 작은 시 규모인 인구 6만 명 정도의 피렌체라는 도시에서 ‘자유로운 시민들이 자치를 하는 정치’가 마키아벨리가 추구한 시민정치였다고 합니다. 따라서 지방자치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피렌체라는 도시국가를 대상으로 사유한 마키아벨리의 시민정치의 이상을 현실에서 이해하고 적용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마키아벨리의 수많은 저작이 정치에 필요한 전략이나 역사적 사례를 주로 언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작품 내에 기본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주제는 ‘사람과의 관계를 현명하게 다루는데 필요한 전략’입니다. 우리가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하나의 핵심 가치였습니다.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인생의 방향과 가치를 배우고 따르고자 마키아벨리와 관련한 몇 가지 책에서 감명 깊게 읽었던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스스로 무력을 갖지 못하면 어떤 나라도 안전과 평화를 지킬 수 없다자신감을 갖고 나라를 지킬 힘이 없기 때문에 결국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게 된다<군주론>. 스스로 힘을 갖는 것,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꿋꿋이 살아가는 것, 이것이 마키아벨리의 기본사상입니다. 자신의 인생을 타인에게 맡겨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다 보면 점점 의욕이 사라지고 무기력해지기 때문입니다. 마키아벨리의 말대로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됩니다.

(2) 장기간의 지배에 익숙해진 백성은 우연히 자유를 손에 넣게 되더라도 그것을 활용하지 못한다활용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지배당하는 데 길들여져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무엇이 스스로를 지키는 일인지 알지 못한다<정략론>. 소나무는 거센 바람이 불수록 줄기를 두텁게 만든다고 합니다. 강한 정신력도 경쟁을 통해서만 기를 수 있다고 봅니다. 성공을 일궈내는 것은 바로 그런 강한 정신력입니다. 자극에 약하고 금방 누군가에게 의지하려는 사람이 승리할 리 없습니다. 정신력을 강하게 단련하는 데는 경쟁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3) 국력이 약한 국가는 결단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결단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한들 나오는 결론은 항상 애매하기 때문에 쓸 만한 게 없다또 장시간 회의를 한 끝에 뒤늦게 나온 결론도 해롭기는 마찬가지다<정략론>.

(4) 위기에 빠진 군주는 평화로울 때를 기준으로 사람을 믿어서는 안 된다평화로울 때에는 앞 다투어 충성을 약속한다또한 실제로 죽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군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장담하지만막상 어려움이 닥쳐 군주가 인재를 필요로 할 때에는 극소수만이 남는다<군주론>.

(5) 무조건 엄벌로 다스리기보다 설득하고 고무시킬 수 있어야 효과적으로 조직을 통솔할 수 있다그렇기 때문에 자심이 생각한 바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화술의 힘이 필요하다<정략론>. 뛰어난 말솜씨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아이디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6) 시대의 흐름을 알아차리고 그에 맞게 변신할 수 있는 인물은 보기 드문 존재다그 이유는 첫째인간은 타고난 성격을 웬만해선 거스를 수 없다둘째지금까지 특정 방식으로 잘 살아오던 사람에게 갑자기 다른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때문에 언제나 시대는 바뀌지만 인간은 이전과 다름이 없다<정략론>. 인간은 습관의 동물입니다. 그리고 습관이란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습관은 변화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저항합니다.

(7) 자연 상태에서는 극소수의 인간만이 강하다그러나 노력과 단련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준다<전술론>. 노력은 결코 배신을 하지 않습니다. ‘계속하면 힘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결국 노력한 인간이 승자가 됩니다. 이것은 신기한 일도 마법도 속임수도 아닙니다.

(8) 명사수는 목표물이 너무 멀리 있고 활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을 때목표물보다 높은 지점을 겨냥해 활시위를 당긴다이것은 화살로 허공을 맞추기 위함이 아니라 그 정도로 높이 겨냥해야 정확히 목표물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군주론>. 목표를 높게 설정해두면 자칫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더라도 처음 설정했던 본래의 목표는 달성할 수 있습니다. 노력을 할 때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점에 수준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마키아벨리의 말대로 목표보다 ‘조금 더 위쪽’을 겨냥해야 합니다.

(9) 현명한 사람은 늘 위대한 인물의 발자취를 따르며 뛰어난 업적을 모방해야 한다그러다보면 본인의 능력이 위인과 비교하여 항상 부족하더라도 어느 정도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된다<군주론>. 자신이 꿈꾸던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이상적인 모습과 가장 비슷한 사람을 찾아 그의 말과 행동을 따라하면 됩니다. 차분히 잘 관찰하면 무엇이든 따라할 수 있습니다.

(10) 군주는 짐승가운데 여우와 사자의 기질을 적절히 혼합해서 써야 한다사자는 함정을 피할 수 없으며 여우는 늑대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따라서 군주는 함정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차리기 위해 여우가 되어야 하며 늑대를 제압하기 위해서 사자가 되어야 한다<군주론>.

신광식
김포대 총동문회장
전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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