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휴식
                       정익진

나는 쉰다
의자에 걸쳐놓은 옷가지처럼
나뭇가지에 걸쳐서 쉰다 여러 모습들의
내가 이 나무 저 나무 걸쳐 서로들 바라보며
내가 쉬는 나무들은, 내 죄의 무게를 감당할 만큼 위대하다
쉬면서 나무뿌리 아래로 떠오른 지구를 하염없이 내려다보노라면
나랑 눈길 마주친
내가 녹색 빛으로 손목을 찢고는
옷걸이에 걸리어
다른 빨랫감들과 함께 눈물이 마르고 피가 마를 때까지
내가 쉬는 옷걸이, 옷걸이는
내 지은 죄의 무게를 감당 못할 만큼 위태로워 보였다
또다시 옷걸이 아래로 떠오르는 달

[프로필]
정익진 : 부산 출생, 시와 사상 등단. 시집 [구멍의 크기]외 다수

[시감상]
국가적으로 큰 이슈들이 서서히 정리된다. 평창올림픽, 남북 정상회담, 북미 회담, 6.13 지방선거, 그리고 월드컵 축구까지. 한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들떠있던 마음과 정리하지 못한 생각들을 천천히 되새겨보자. 올여름은 유난히 덥다고 한다. 휴식은 재창조의 지름길이다. 길에서 길을 묻듯, 휴식에게 휴식을 묻자. 비울 것들을 생각하며 시간을 관조하는 것이 어쩌면 휴식일 듯하다.

[글/ 김이율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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