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긴 아깝고
                       박 철

일면식이 없는
한 유명 평론가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서명을 한 뒤 잠시 바라보다
이렇게까지 글을 쓸 필요는 없다 싶어
면지를 북 찢어낸 시집

가끔 들르는 식당 여주인에게
여차여차하여 버리긴 아깝고 해서
주는 책이니 읽어나 보라고

며칠 뒤 비 오는 날 전화가 왔다
아귀찜을 했는데 양이 많아
버리긴 아깝고

둘은 이상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뭔가 서로 맛있는 것을
품에 안은
그런 눈빛을 주고받으며

[프로필]
박철 : 서울 출생, 단국대 국문과, 백석문학상,
         시집 [김포행 막차]외 다수

[시감상]
책이 실종된 시대라고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책을 읽을 사람이 실종된 시대라고 한다. 너무 많이 읽어 읽을 것이 없다. 발간된 책을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읽어 더 읽을 사람이 없다는 거짓말이라고 하고 싶은 시대다. 어쩌다 버리긴 아깝고 거저 발송하기에도 다소 뭣한 시집을 팔게 되었을까? 이상한 눈빛을 나도 여기저기 보내고 있다. 혹시 하는 마음에. 눈빛을 주고받기에는 뭣하고 한 그런.

[글/ 김이율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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