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한 잎사귀
                                         
송종규

 

 

꽃을 줄 걸 그랬네, 별을 줄 걸 그랬네,
 

손가락 반지 바닷가 사진기 비행기 표, 너에게 못준 게 너무 많은

뜨거운 여름도 가고

낙타 사막 비단 길 안나푸루나 미니스커트 그리고 당신, 가지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가을도 지나가네

 

오렌지를 줄 걸 그랬네, 바이올린을 줄 걸 그랬네,

 

순록의 뿔 구름의 둥근 허리 설산의 한나절, 그리고 고봉밥

아랫목 여객선 크레파스 세모난 창, 너에게 못준 게 너무 많은 아침의

호숫가에서

 

미루나무 두꺼운 페이지 속에서 말들이 튀밥처럼 싹을 틔울 때

나는 시리고 아픈 제목들을 받아서 적는다네 손가락이 아프도록

쓰고 또 지운다네

너에게 주고 싶은 한 우주, 이 싱싱한 아침의 한 잎사귀
 

[프로필]
송종규 : 경북 안동, (심상)등단, 시집 [녹슨 방]외 다수
 

[시감상]
계절이 순환한다. 작년 가을이 가고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새잎이다. 어제와 다른 잎이다. 물관을 타고 올라온 생명의 믿음이 잎을 피운다. 목련이 끄덕인다. 진달래, 개나리가 지천이다. 새잎을 바라보며 내 몸속의 새잎, 나와 나의 약속이 피워낸 새 잎이 피는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아직 시작이다. 계절은.......
[글/ 김이율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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