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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감상] 시와 연애의 무용론

시와 연애의 무용론
                           윤준경

그 여름, 나는 시와 연애에 열중했다 시에 더 열중하고 싶었지만 시는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려워서 집중할 수 없었다 연애는 달콤하고 황홀해서 밤낮으로 집중할 수 있었지만 지나간 뒤에 공허가 오래 남았다

  밤새워 쓴 시는 아침이면 한 줄도 남지 않고 시들어버렸다 너무 가볍거나 너무 무거워서 나를 거부한 시, 나의 시는 나의 연애만큼 절실하지 못했다

  나는 연애 같은 시를 쓰고 싶었지만 쓰지 못했고 시 같은 연애를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혁명적이라고 믿었던 문장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고 지고한 사랑은 불륜의 패러디로 치부되었다

  시와 연애 사이에서 인생의 여러 페이지를 남용하고 내 감각(感覺)의 사인(死因)을 추적하는 것으로 남은 생을 남발하고 있다

[프로필]
윤준경 : 경기 양주, 공간시낭독회 상임 시인, 시집 [시와 연애의 무용론]외 3

[시감상]
시와 연애의 공통점은 몰입이다. 연애는 공허가 남았고 시는 너무 쉽거나 어려워서 집중하지 못했다는 시인의 말 속 배후를 본다. 절실함이다.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그저 그런. 대충이라는 것은 시간과 심력을 낭비하는 것이다. 시와 연애가 무용하다는 말이 아니다. 그만큼의 절실함이 있어야 둘 다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삶의 전반에서 절실함이 부족했다면 이제부터 절실함으로 무장한 삶의 후반을 도모해야 한다. 여러 페이지를 남용할 만큼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우리에게는. 시인의 자책과 반성이 망무두서茫無頭緖의 지금을 후려친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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