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중앙교회 박영준 원로목사에

동창생 6명 시비 기증, 우정 나눠 

 

60년 지기 (통진)중학교 동창생들이 고향집으로 입주하는 친구에게 시비(詩碑)를 세워줘 화제가 되고 있다. 시비를 선물 받은 이는 김포중앙교회 박영준(74세) 원로목사이고 시비는 올해 8월 24일에 자택에 세워졌다.

지난 13일 오전, 박영준 목사의 전원주택이 위치한 조강로 56번길 164번지를 찾아 시비를 선물 받게 된 사연을 박 목사로부터 들었다. '조강재(祖江齋)의 풍경'이란 제목의 시가 새겨져 있었는데 시인 이계현목사(장기동 오메가교회)가 썼다. 시로 인해 박목사의 집은 조강재라는 이름까지 덤으로 얻었다. 근처에 예로부터 개성 가는 배가 드나들던 조강나루가 있는데 조강로 56번길 164 에 위치한 박 목사의 집은 조강나룻터를 가는 길목이어서 조강재가 됐다.

시, '조강재의 풍경'은 박목사 부부의 일상을 맞춤형 시로 담아내 의미가 깊다. 시에 등장하는 아로니아나무는 텃밭에, 채송화, 감나무도 정원에 실제 자라고 있다. 또 2연에 나오는 '아침햇살'은 박 목사의 부인 최승희씨의 애명으로 교회, 노회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내용을 보면, 우리 집 환경을 세심하게 보고 넣은 거예요. 제 아내 애명까지도."

애초에는 시비가 아니라 사진책 선물이 먼저였다. 시비가 세워진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박영준 목사는 김포중앙교회에서 24년의 목회활동을 마치고 2014년에 은퇴했다. 이듬해인 2015년 할아버지의 집터에 전원주택을 건축하고 입주했다. 마당에 나무들과 꽃들이 제법 자라 볼 만 해지자 박 목사는 이 진섭 목사(고촌 중앙교회)를 불러 사진을 좀 찍어 달라 청했다. 이 목사가 두 세 시간 사진을 찍고 2주 뒤 다시 박목사 집을 찾았을 때 그의 손에 사진책 한 권이 들려있었다. 조강재의 풍경을 담은 사진이 책이 되어 온 것이다.

사진책에는 집 이모저모를 담은 잘 찍은 사진들과 함께 이계현목사가 쓴 시 '조강재의 풍경'이 들어있었다. 사진책을 만들면서 시가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 진섭 목사가 후배 이계현 목사에게 시를 부탁했다. 표지안쪽에는"존경하는 박영준 목사님께 드립니다. 주의 은혜로 종의 집이 영원히 복을 받게 하옵소서 (삼하 7:29) 이진섭" 이라고 쓰여 있다.

이 고마운 선물을 받고 박영준 목사는 이 사진책을 통진 중학교 친구들 모임에 가져갔다. 처음 시비제작을 제안한 이종훈씨는 김포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시를 보니까 의미가 깊고 박 목사가 마음에 와 닿는다 해서 어떻게 보관하면 좋을까 돌에 새겨 영원히 간직하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5명의 친구들도 모두 같은 마음으로 했다.”
박 목사는 처음엔 완강히 거절했으나 친구들의 마음을 고맙게 받기로 했다.

"시비까지 세워놓았는데 아름답게 살지 못하면 부끄러운 일 아니겠어요."
박 목사는 시처럼 살겠다 다짐했다. 박영준 목사는 서암초등학교 7회, 통진 중학교 6회, 통진고등학교 5회 졸업생으로 자주 모임에 나가 친교를 다진다고 한다.


초등·중학교 동창인 이종훈씨는 “인간적인 면, 일적인 면에서 귀감이 되는 사람입니다.. 친구지만 본받을 면이 많습니다. 그 친구와 있으면 늘 편안하지요.”라며 시비를 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박영준 목사는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을 다음 말로 대신했다.

“몸이 아픈 친구들이 많아 만나면 위로해주고 좋은 일 있을 때 기뻐해주고 있어요. 서로 힘이 되어주면서 정을 나누며 살아가겠습니다.”

시비를 선물한 통진중학교 6회 동창생 6명은 이기봉씨, 이재현씨, 이종훈씨, 임종호씨, 조정연씨, 조휘철씨이다.

조강재(祖江齋)의 풍경 --목빈 이계현

 

구름이

문수산을 휘돌아 가고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에 장맛비가 내리면 텃밭의 아로니아

나무가 푸른빛으로 인사를 한다

 

아침햇살이

조강재의 정원으로 다가와

사랑을 속삭이면

채송화는

꽃향기로 피어나고

감나무는 싱그럽게 미소 짓는다

 

달빛이

조강재에 비추이면

꽃잎 따다 띄운 자의 향기가

은은하게 마음을 적시고

고향의 옛날이야기 풀어낸다.

 

매미가 지나간 자리에

풀벌레 소리 가득하고

반딧불처럼 아름답게 반짝이는

조강재의 불빛 아래

성경 읽는 소리가

창밖에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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