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과 분업의 스터디그룹
김포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와 기획가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문화 콘텐츠 방향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다른 지역에 대한 콘텐츠라면 비판도 하고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겠으나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이야기는 부담이다. 8월 30일 김포아트홀에서 무용, 디자인, 기획, 음악, 극단, 판소리, 인형극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의미 있는 스터디그룹으로 보였다. 서로의 작업을 이야기 하면서 영감을 얻고 도움을 받는 협업과 분업의 최대치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개최한 김포문화재단 최해왕 대표를 비롯하여 참석한 예술가들의 라운드테이블 분위기는 진지했다.

천문학 인문학의 오천년 콘텐츠 象과 形
오늘 이야기 주제는 형상(刑象)이다. 콘텐츠의 철학적 바탕을 복희씨가 그린 팔괘에 두었다. 오천년 역사에서 이만한 콘텐츠를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태극기를 보고 살아가고 있으니 익숙한 부호다. 象은 天文에서 나오고 形은 人文地理서 나온다. 日月의 변화에서 象이 나오고 땅에서 나오는 나무는 形이다. 상은 觀으로 보고 형은 示다. 관(觀)과 시(示)는 '보다'는 뜻이나 觀은 보이지 않는 곳까지 볼 수 있으며 示는 눈앞의 나무를 보는 것이다. 복희씨의 팔괘는 천문지리의 이치를 부호로 세상에 드러낸 象이다. 그래서 괘상(卦象)이라 한다.

우주자연의 이치를 담고 있는 팔괘는 복희씨가 작괘(作卦)를 하고 중국 은나라와 주나라의 문왕과 문왕의 아들 주공을 거쳐서 공자까지 2천년에 걸쳐서 완성을 했다. 사서삼경 중에서 역경 즉 주역이다. 주역에서 풍수, 명리, 의상, 선박. 교육과 정도전이 설계한 흥인지문, 숭례문, 돈의문, 숙정문, 보신각 등 조선의 도시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는 뿌리가 되었다. 복희씨나, 문왕, 주공, 공자는 성인이라 불린다. 예술가와 기획가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세계까지 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무용으로 음악으로 형상으로 만들어 세상에 드러내는 사람들이다. 성인의 그림자조차 따라가기도 어렵지만 성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찾아가는 정성을 기울이자는 취지에서 꺼냈다.

天地之心 生物之心. 人物之心 成物之心  
예술가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보는 노력과 정성을 쏟아야 하는 고단한 직업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작품이 나올 수 없다.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근본은 작품에 대한 믿음이요 사람에 대한 신뢰다. 믿음은 양심의 소산이요 노력의 싹이다. 그러나 재주를 앞세워 사람을 현혹시키는 사람은 예술가가 아니요 술수가 뛰어난 원숭이에 불과하다, 인품이 없고 혼이 없는 장돌뱅이라는 이야기다. 예술가의 인격은 지역사회의 품격을 높이며 생활문화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예술가들이 존중받는 이유다. 그러한 정성과 노력에서 작품이 나온다. 재주만을 앞세워 가식과 거짓으로 사람을 현혹하는 가짜들은 지역사회와 단체에 분란을 일으킨다. 거짓은 불통과 갈등의 근원이 되고 믿음은 소통의 근원이다. 생성변화(生成變化)를 추구하는 예술가들의 근본은 양심에서 출발한다. 튼실한 문화는 그 양심 밭에서 피어난다.

땅의 문화, 물의 문화 金浦
김포는 어떠한 문화를 꽃피웠을까? 金浦문화에서 金은 땅의 문화요 浦는 물의 문화다. 김포평야로 불릴 만큼 농지가 많았던 곳이요 24개의 포구 있었던 도시다. 김포를 접근하는 방법의 하나는 양천현, 김포현, 통진현을 살펴야 알 수 있다는 것과 1800년 동안 운양동 모담산에 있다가 출토된 유물들을 눈여겨봐야 한다. 祖江을 풀어내는 열쇠도 삼한시대부터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 삼국시대부터 전해 오는 설화를 구비문학 차원에서 심도 있게 연구해서 발표를 하면 예술가들이 이를 바탕으로 질 높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통일시대를 앞두고 과연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도 연구해야 한다. 접경지역의 중요성 때문이다. 군(軍)시설도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가 있어야 한다. 문화자원을 통찰하여 지역을 넘어서는 문화를 도출해 내고자 한다면 문화자원의 근본을 연구한 세밀한 자료들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내용들이 예술가가 형상(콘텐츠)으로 드러내는 뿌리가 되기 때문이다.

한민족 문화콘텐츠와 치군패 교육콘텐츠
민속예술 치군패는 현재 월곶면 노나메기 회원들을 중심으로 조강 치군패 보존회를 발족하여 어른 70명이 2017. 9, 23 경기도 민속예술 경연대회를 앞두고 재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치군패를 비롯하여 기존의 민속예술을 체험이 아닌 체득을 위한 교육공동체콘텐츠로 만들어가고 있다. '한민족 디아스포라 김포'는 2016년 김포시에서 '한민족 디아스포라 포럼'으로 개최했다. 접경지역인 김포는 도시문화 설계에서 조차 북쪽은 막힌 곳이라는 현실로 인하여 문화적 사고의 단절에 까지 이른다. 그것을 열어주고 교류가 불확실한 북한을 넘어서 연해주를 비롯하여 키르키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고려인들을 대상으로 먼저 연결하자는 것이 한민족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그렇게 해서 통일시대에는 한민족 중심도시가 되자는 취지다.

어느 한 분야에 포인트를 맞추고 몰입하면 생각지도 못한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 진행 중인 콘텐츠를 이야기 했다. 다른 사람들이 걷지 않는 분야에서 고생하는 기획가나 예술가들이 오늘처럼 서로 만나고 이야기 하면서 신뢰를 갖고 협업할 수 있다면 기존의 지역문화자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김포문화를 만들 수 있으며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다. 결국은 사람이 자산이고 사람이 중요하다.

정현채
김포문화원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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