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Il Telefono)
전화가 오페라의 주인공이라고?

 

실제 관객들은 어리둥절 하겠지만 이야기는 전화를 통해 벌어지는 재미있는 해프닝들을 잘 보여주고있다. 처음 이 오페라를 접한 것은 거의 20년 전 내가 유학을 떠난 이후 여름 하계연수때 참가했던 음악원 학생들의 공연이었다. 무대는 흔히 볼수있는 아파트의 살롱으로 쇼파와 속옷가지가 여기 저기 늘어져 있었으며 나는 여주인공 루씨(Lucy)의 잠옷가운을 입고 머리에는 세트롤을 잔뜩 꽂은 채 노래를 시작하며 곧바로 헬스기구 자전거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곧이어 알림 소리가 들리고 다시 토스트 기계에서 빵을 하나 구워먹는 사이에 초인종이 울리고 비에 흠뻑 젖은 벤(Ben 바리톤) 이 들어와서 두 사람은 포옹한다. 이렇게 시작된 단막의 오페라…. 끝까지 너무나 우스웠던 장면이 끊이질 않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연출을 맡았던 이태리 연출가교수의 아날로그 적인 창작력은 오페라 제작비를 고만하는 모든 단체들에게 오페라는 엄청난 세트없이  천재적인 아이디어만으로도 충분히 꾸밀 수있다고 증명한듯하다. 이후 나는 또 다시 음악원 졸업연주에서 여주인공 Lucy의 아리아(오페라의 독창곡)  Hello, Hello를 불렀고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했다. 물론 손에 전화기를 들고있는 듯 마임 연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날 내 노래를 듣던 관객들이 깔깔 거리고 웃고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줄거리 (Synopsis)
루씨의 아파트안. 벤은 루씨에게 들려서 초현실적인 조각품 하나를 선물로 주고나서 약속장소로 시간에 맞춰 가려고 하였다. 조각품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나 취미가 없는 그녀는 건성으로 정말로 원하던 물건이라고 호들갑을 떤다. 벤은 루씨를 향해 지금까지 아껴두었던 얘기를 꺼내려는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루씨의 친구 전화다. 옆에 벤이 있는 것도 아랑곳 없이 그녀는 끝도없는 수다를 늘어놓는다.

수다가 끝날 무렵, 벤은 다시 심각한 자세로 진지한 얘기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이번에 잘못 걸려온 전화 약속장소에 가야할 시간이 다가오면서 벤이 초조한 모습을 보이자 루씨는 이번에도 또다시 전화기를 든다. 정확한 시간을 알아보고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마음속으로 이번엔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벤이 또다시 얘기를 꺼내려고 하자 또 전화벨이 울린다. 이번엔 조지란 사나이가 루씨에게 지난 일을 가지고 언짢은 말을 늘어놓는다.

그 말을 들은 루씨는 전화도중 갑자기 눈물을 보이면서 손수건을 가질러 나간다. 더 이상 참지 못한 벤이 전화기를 내려놓는 찰나에 다시 전화벨이 울리고 루씨는 또다시 전화기로 달려온다. 이번에는 파멜라였다. 조지가 전하는 말에 실망한 루씨는 이번에는 파멜라에게 끝없는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전화에 열중한 나머지 그녀는 벤이 나간 것도 알아채지 못한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벤이 없어진 것을 알아챈다.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이번엔 벤의 전화였다. 기다리던 청혼의 기회를 잡은 벤은 어쩔 수없이 그토록 증오하던 전화로 청혼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전화를 받은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내 사랑, 내 전화번호를 기억해줘, 그리고 매일매일 전화해줘”
La Medium 과 같이 공연된 이 작품은  희극오페라 한편과 비극 오페라 한편을 동시에 올리는 전통을 따랐다. 두 작품다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7개월동안 211 번의 공연을 브로드웨이에서 올렸다. 이공연의 성공으로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 메놋티는 미국으로 이민간 후 "아멜리아 무도회에 가다", "1937", "노처녀와 도둑" 등의 작품을 통해 근대 대표적인 미국 오페라 작곡가로 자리를 잡았다.

김현정
수원대 음대 교수
오페라 김포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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