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에겐 침을, 바보에겐 존경을, 천재에겐 감사를”
 

허진욱
조각가
(사)한국미술협회
김포지부 회장

테라코타로 유명한 조각가 권진규는 “범인에겐 침을, 바보에겐 존경을, 천재에겐 감사를”이라고 작업실의 벽에 써놓았다. 그는 바보 아니면 천재의 길을 가려했지 범인(凡人)의 안일에 머무르고자 하지 않았다. 범인은 속물(俗物)로 타인을 수단으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

적어도 바보는 타인을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으며 자신이 바보인 줄 안다. 그래서 그들은 존경받을 만하다. 천재는 이 세상에 창조적 기여를 할 사람이다. 그 만큼 그 생은 치열하고 희생을 감내해야한다. 그가 이 글을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은 것은, 자신이 범인으로 속물적 근성이 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다짐일 것이다.

 그는 예술은 적어도 천재가 감당해야 할 분야라고 믿었고 예술을 통하여 독자적인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버리지 않았다. 그 믿음이 예술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되었고 한국적 리얼리즘의 형상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물이 자소상, 비구니, 마두, 잉태한 비너스, 여인좌상, 예수상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나 또한 예술가의 한 사람으로서 권진규의 “범인에겐 침을, 바보에겐 존경을, 천재에겐 감사를”이란 문구를 가슴깊이 간직한 채 창조함으로써 존재할 수 있다는 신념을 다잡아본다.

<구성 : (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회장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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