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한 톨

                     정호승

 

쌀 한 톨 앞에 무릎을 꿇다
고마움을 통해 인생이 부유해진다는
아버님의 말씀을 잊지 않으려고
쌀 한 톨 안으로 난 길을 따라 걷다가
해 질 녘
어깨에 삽을 걸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향해
무릎을 꿇고 기도하다

 

[프로필]
정호승 : 경남 하동,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외 다수

[시감상]
시인이 시의 소재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자칫 놓치기 쉬운 일상이나 사물, 현상이 아닐까 싶다. 그저 지나치기 쉬운 쌀 한 톨에서 아버지의 말씀과 농사를 짓는 농부의 노을과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의 삽질과 장마철에 벼 세우는 일, 그 모든 것들이 쌀 한 톨 속에 길처럼 나 있다는 것을, 그 길이 내 삶의 길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는 것은 경건이라는 말이다. 감사의 뒤에 경건의 무릎이 더해진다면 세상은 쌀 한 톨 이상의 의미가 충만한 것 같다. 소중한 것은 가장 작은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아침 햇살이 눈 부시다. 그 앞에 한 번쯤 무릎을 꿇어보자. 하루가 감사로 충만할 것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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