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채 
사단법인
지역문화전략연구원장

“내가 지공(指空)이네!”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사람이 새벽녘 나에게 와선(臥禪)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얼굴을 바로 보여주면서 또렷한 음성으로 알려준 이름이 지공이다. 선몽(先夢)이후에 지공스님이 수도했다는 무등산에 올랐고 여주 신륵사 조사당과 양주 회암사, 가야산 해인사로 지공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700년 시공을 넘은 인연이 계속되어 다른 사람이 연구해서 발표한 책에서 찾아보고 전국에 있는 사찰에서 지공의 그림자를 따라가고 있다. 원나라를 거쳐서 1326년(충숙왕 13년) 고려에 왔던 지공스님의 자취를 찾아 이제는 조강(祖江) 건너 개경으로 가야 하는데 조강의 나룻배는  오지 않고 있다. 지공의 부도와 사리가 있는 묘향산 안심사와 공민왕의 유물과 함께 있다는 장단군 화장사는 김포와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7년 동안 지공(指空 1300∽1363)을 따라가다 나옹을 만나고 무학을 만나고 백운경한스님이 김포에서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공을 알아야 백운경한을 안다. 지공스님은 인도사람이다. 인도 마가다국 임금님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8세에 나란다사 율현스님에게 출가해 공부한 후 20세에 남인도 보명존자에게서 득도하였다. 그 후 인도를 떠나 원나라를 거쳐서 고려에 2년7개월을 머물다 원나라에서 입적한 스님이다. 부처님 108대 법손이며 선승으로 중국과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친 달마의 환생이라고 한다.

지공이 고려에 머무는 동안 고려불교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지공이 머무는 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고 어렵고 힘든 고려 백성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었다. 지금도 회암사를 비롯하여 대한민국의 각 사찰에는 지공과 나옹(1320∽1376)선사, 무학(1327∽1405)의 영정을 모시고 있는 절이 많으며 백운경한스님이 살았던 김포의 고산암에도 영정이 있었다고 한다.

양주 회암사는 지공, 나옹, 무학스님의 이야기가 많은 대표적인 곳이며 이곳에는 지공과 고려 공민와의 왕사였던 나옹스님 그리고 무학스님의 부도가 있다. 세 스님은 스승과 제자다. 지공의 제자 나옹, 나옹스님의 제자가 무학대사다. 무학은 지공의 손자 제자다. 무학스님의 제자는 강화도에 지명으로도 남아 있는 함허득통스님(1376∽1433)이다. 무학스님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다.

백운경한은 원나라에 유학을 갔다가 지공을 만났고 그의 제자가 되었다. 지공의 제자는 고려의 나옹과 백운경한이다. 지금도 널리 알려진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를 지은 나옹은 일반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지만 백운경한은 그렇지 않았다. 그것은 포교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옹이 백운경한을 공민왕에게 국사로 추천을 하고 공민왕의 부름에도 백운경한은 병을 핑계로 나가지 않았으며 절에서 불법을 전하는 일에 열중한 스님이다.

백운경한스님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직지심체요절이 세계에서 금속 활자로 인쇄된 책 중에서 가장 오래된 책이기 때문이다. 청주 흥덕사에서 묘덕의 시주로 직지심체요절(백운경한 저)을 금속활자로 인쇄한 것이 서양의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78년 앞섰다고 한다. 현재 직지심체요절은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있다. 청주는 이러한 직지스토리를 도시 브랜드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백운경한스님은 김포와 어떤 인연이 있는 것인가? 스님은 1369년(고려 공민왕 18)에 김포 포망산(浦望山) 고산암에서 살았다고 전해온다. 이곳에서 스승인 지공스님의 영정을 모시고 1년 동안 머물면서 스승을 찬(讚)하는 글을 썼다. 백운경한(1287∽1374)스님이 김포 포망산 고산암에서 스승인 지공스님을 찬송하는 2수의 계송 중 일부를 옮긴다.

"전하는 것도 얻는 것도 없다고 말하지 말려니/ 무릇 이것이 친히 전하고 친히 얻는 것인도다/ 모름지기 기유년 여름 전의 춘월이려니니/ 이 고산암의 노송도 춘월을 화두하는도다."
"몽환같은 세월에 이순이 넘어나려니고산암 시골마을이 가장 적당한도다/ 배 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잠을 자려니/ 이사장삼도 도무지 알려 하지 않는도다.“

  <계송 출처 백운화상어록. 범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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