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아

                이사철

 

문 잠그지 말자
뭐 가져갈 게 있겠나
어차피 빌렸다가 돌아갈 때 다 주고 가기로 한 것인데
옆으로 간들, 아래로 간들
그것이 죄가 되리
단지 내 가슴이 조금 비게 되어
애착이야 가겠지만
아까워하지 마라
그래, 누가 가진들 어떠리
누구
누구에게도 갖는다는 것은 빚인 것
제 것이라는 것이
착각인 것을
어리석은 나뭇잎 하나 땅으로 내려오는 정도쯤인 것을

'글쎄' 하지 말자

 

[프로필]
이사철 : 삼척, 2015 시와 소금 등단, 시집[눈의 저쪽이 있고]외 다수
[시감상]
무아라는 말은 개설 만물에는 고정 불변하는 실체로서의 나〔實我〕가 없다는 뜻으로 범어(梵語)로는 아나트만(Anatman),팔리어(Pali language)로는 아나딴(Anattan)이다. 무아(無我)는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뒤 최초로 설파한 가르침이다. 무아의 사전적 의미를 잠시 살펴보았다. 범인이 무아지경에 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무아의 범위를 잠시 좁혀보면 누구나 무아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욕심내지 않는다는 것, 본래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 그래서 뭐든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 이런 것들이 무아의 범주 안에 있는 보통 사람의 무아가 아닐까 싶다. 나뭇잎 하나 땅으로 내려오는 정도쯤은 철학자가 아니라도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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