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 모든 면에서 빨라.”
엄마들 사이에서 아이들의 성장은 걱정이자 숙제다.
엄마들 세대의 속도와 지금 세대의 변화 속도가 다를뿐더러, 어떻게 해서 성장이 빨라졌는지 알 수 없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걱정이 된 이유.
장기동에 거주하는 김 모씨는 “아직 어린 아이가 자신의 변화에 대해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고 있다.”며 “너무 빨리 이루어지는 성장으로, 이후에 성장이 빨리 멈추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쉰다.

성조숙증, 가정의 밥상으로 예방해야

실제 아이들 사이에서 성조숙증이 나타나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현재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요리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는 엄은경 교수는 “성조숙증이 우리 사회에 어느덧 익숙한 단어가 되어 버린 불편한 현실”을 우려하며, “성조숙증에 대한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가정에서부터 밥상으로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 강조한다.

성조숙증 90%, 5세부터 9세까지 여아

성조숙증이란 과연 무엇이고, 어떻게 나타나는 것일까.
엄 교수는 성조숙증이 “너무 어린 연령에 신체가 급격하게 성장하는 현상”이라며, “여자아이의 경우, 만 8세 이전, 남자아이의 경우 9세 이전에 사춘기적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성조숙증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별해 볼 수 있을까.

“10세 이전에 가슴에 멍울이 생긴다던지, 초경이 시작된다던지, 몸에 털이 나기 시작했다던지 등 사춘기에 나타나는 신체적 2차 성징이 보인다면 의심해 볼 여지가 있죠. 사춘기의 시작이 평균보다 빠르다고 해서 모두 성조숙증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해당 연령의 평균치의 표준편차인 빠르게 나타나는 경우에는 성조숙증일 확률이 높죠.”

일반적으로, 사춘기는 초등 4-5학년에서 중등 1-2학년에서 많이 나타난다.
“사춘기 때 나타나는 2차 성징이 시상하부 - 뇌하수체 - 생식기간 축이 소아기에는 멈춰 있다가 이 시기에 발달하는 것이죠. 그런데 발달 속도가 급격하게 활성화될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져요. 사춘기가 일찍 나타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성조숙증의 특징은 남자아이에 비해 여자아이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실제 성조숙증의 진단을 받은 소아청소년의 90%는 5살에서 초등학생 저학년의 연령인 여자아이인 것으로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어요.”

성조숙증, 성장 빨리 멈추고, 정서적 혼란 가능성 높아

엄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의 심각성에 대해 간과하고 있는 현실이 더욱 걱정스럽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가장 큰 문제는 성조숙증임을 알고도,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죠. 성조숙증이 발생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면, 해당 연령의 평균에 비해 일시적으로 키가 빨리 자라는 등 변화를 보이지만, 만 12세 이후에는 성장판이 닫혀 한창 성장기일 때 성장이 멈출 수도 있어 결과적으로 성인이 되었을 때 남들보다 작을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점 등이죠.”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성장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보다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받을 상처의 문제이다.
“성조숙증을 겪는 아이들 대부분 자신의 신체반응에 대해 부끄러워해요. 심리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나이에 신체적인 큰 변화를 겪으면서, 또래 친구들과 비교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서 정신적 혼란을 겪게 되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여아 발견 후 치료 & 남아 넘어가는 경우 많아

실제, 성조숙증은 얼마나 우리 생활에 근접해 있는 것일까.
최근 수년간 성조숙증 진단을 받은 소아청소년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성조숙증 치료를 받은 소아는 2011년에 46250명, 2015년에는 75945명으로 최근 4년간 무려 60%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한한방소아과학회의 2016년 11월호에 기재된 ‘통계자료를 통한 국내 성조숙증 진료현황’를 분석한 결과 성조숙증 청소년은 최근 6년간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통계는 10년 전 저신장증, 왜소증으로 고민하던 현상과는 매우 상이한 상황으로, 특히 여아의 경우 환자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성조숙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엄 교수는 성조숙증 환자 중 여아가 특히 많은 이유에 대해 “진료시기의 차이”를 꼽았다.

“대한한방소아과학회는 성조숙증 환자 중 여아가 특히 많은 이유를 진료시기의 차이로 설명하고 있어요. 남아의 경우 2차 성징의 특징인 고환의 크기가 커지는 현상을 쉽게 관찰하기 어렵고, 늦은 나이에도 키가 더 클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진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여아는 남아보다 신체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발견이 쉽기 때문에, 5-9세에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죠.”

즉, 남아가 성조숙증에 대해 안전한 것이라기보다, 여아보다 발견이 덜 된 상황이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10년 전 저신장증, 왜소증으로 고민하던 현상과는 매우 상이한 것이다. 성조숙증이 우리 사회에 이렇게 깊이 침투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환경적 요인, 부모 관리로 바꿀 수 있어

엄 교수는 성조숙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을 말한다.
“유전적 요인은 비교적 대처가 어렵다 할지라도, 환경적 요인은 조금만 신경쓰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어요. 먼저, 부모의 세심한 관찰과 관리가 선행되어야 하겠죠. 그 관리의 첫 발로 우리 식탁을 바꿔 보는 것은 어떨까요?”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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