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낭송의 충격

이준안
전 산림조합장
"선배님! 김포시 시낭송회에 꼭 오세요."
며칠 전, 이재영 시낭송회 원장님의 간곡한 초청이 있었다.
"우리 김포<월남참전 전우회창립>개소식에 시 한편 써서 낭송 좀 해주라!" 월남전에 참여했던 운양동(샘재) 친구 명화(사무국장)가 간곡히 부탁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 6.25전쟁 당시에 물자를 지원한 우방이다. 베트남도 월남의 민주와 월맹이라는 공산의 이데올로기로 같은 민족끼리 치열한 전쟁을 치루었다. 우리나라는 8년여에 걸쳐 31만이라는 병력을 투입, 그 전투에서 5천여 젊은이가 전사했으며, 17천여 젊은이가 부상을 당했음에도 월남전은 월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참으로 안타까운 결과이지만 민주수호라는 위대한 희생의 역사적 족적을 온 세상에 남기셨고, 대한민국의 기본을 영원한 민주국가로 굳게 세우신 분들이다.
이 나라 전국 각지에서 파월 전사자들의 넋, 그리고 전상자들이 앓고 있는 육체적 고통과, 온전히 살아와 괴로워하시는 참전 용사들의 심적 고통을 위로하고 기리자는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 <월남참전전우회>라는 단체들이 지역지역 조직되었고, 그 단체들이 힘을 모아 막강한 중앙단위의 모체도 결성했다.
그 지역 단체들은 일찍이 위령탑을 세우고, 지역 시민들이 매년 그 제단 앞에 엄숙히 모여 두 손 모아 가신 영령들과 아직도 신음하는 전상자들, 그리고 괴로워하시는 참전용사들을 추모하고 경모하고 있다.
8천여 파월장병을 배출한 우리 김포는 매우 뒤늦은 2009년 6월에서야 <월남참전 김포전우회>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창립식에 즈음하여 詩한편 창작해 낭송해달라는 요구를  둘도 없는 친구가 간곡히 부탁해온 것이다.
<월남참전 전우회 김포지회 창립식>장에는 김포의 주요인사는 물론, 월남참전중앙회 주요인사, 김포에 계신 참전용사 등, 오셔서 식장을 모두 채우셨고, 많은 분은 통로로 내밀릴 수밖에 없었다.
첫 진행 순서로 현 <김포 시낭송회>원장이신 이재영님의 꾀꼬리 같은 시낭송이 파노라마로 장내 허공을 누비자 어수선하던 분위기가 갑자기 가라앉더니 낭송 중반쯤에 이르자 청중들 호흡이 거칠어졌고, 끝내 모두들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시 낭송이 끝나자 박수갈채와 휘파람 소리가 요란했다. 그야말로 붉은 태양도 부르르 떠는 감동 감격의 도가니였다.
낭송의 힘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김포시민들을 위해 <김포시낭송회>라는 교육단체를 만들어 심혈을 기울여 오신 이재영 원장께서 뜨거운 열정을 쏟아 지난 12월12일 <시낭송의 밤>을 열어 시민들에게 시 낭송의 진가를 보여주셨고, 시민들은 감동과 감격의 도가니속에서 부르르 심장을 떨었다.
감사드리고 축하드린다.
이참에 시민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 김포에도 참전하셨던 수 많은 분들을 위한 위령탑하나 우뚝 세워, 매년 그 분들께 추모와 경모와 위로의 큰절을 간곡히 올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으면….
참고로 그 당시 뜨겁게 낭송했던 <어느 늙은 파월용사의 외침>이라는 시를 적어본다.

 

어느 늙은 파월용사의 외침

나는 싸웠노라
도전 받는 자유 민주를 수호하기 위해
암울한 우방의 시련을 덜기위해
어둡고 험난한 정글을 헤치며
용감히 싸웠노라

나는 싸웠노라
등골을 섬찟 파고드는 두려움을 스콜로 씼어 내리곤
분노가 이글거리는 총탄에 맞서
용감히 싸웠노라

나는 싸웠노라
낮선 이국땅으로 떠나는 항구에서
내 어머니 내 누이 내 동생들 흐느끼던 소리가
밤마다 가슴을 쳤지만
철모를 깊이 눌러쓴 채 총신을 움켜쥐곤
용감히 싸웠노라

나는 싸웠노라
형들이 적탄에 퍽퍽 쓰러지고
아우들이 픽픽 쓰러져
붉은 피를 콸콸 쏟아내도 어금니를 악물고
용감히 싸웠노라

오천여 순결한 청춘들이 목숨을 잃었고
생살 저미는 아픔에 만 칠천여 육신들이 몸부림쳤던
한 서린 전장을 뒤로하고
나는 돌아왔노라
산 넘고 물 건너
그립던 조국의 품,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왔노라

하얗게 스러져간 청춘들의  애달픈 슬픔이
모질게 찢긴 싱그러운 꽃봉오리들의 처절한 아픔이
우리 국토에 경부 혈로를 뚫었고
험준한 보릿고개에
촉촉이 젖은 아픈 미소로 먹거리 이정푤 세우곤
미래를 향한 힘찬 도약의 길을 뚫었다네

그러나
아 !
그 먼 이국에서 피로 겨룬 험한 그 날들이
사십 여년의 긴 강줄기로 흐르는 동안
우리의 심신을 파괴하는 총성 없는 또 하나의 전선이 만들어 졌다네

서슬 푸른 고엽제
그 공포와 치열하게 맞서는 전우들의 고통
지금 따뜻이 어루어 주는 이 그 누구던가
역사라는 어두운 괘짝속으로 던져진 영혼들의 아픔을
따뜻이 기억해 주는 이 그 누구던가

삼십만 가슴 가슴에 뜨겁게 펄덕이는 만장의 울림이
만장의 울림이
심골깊이 들리는가, 보이는가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