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밥
                           윤관영

 

한잔하러 들어서다, 주방 식구들이 밥 먹는 거 보면 그 상에 앉고 싶어진다 음식을 다루던 사람들이 음식에 지쳐 먹는, 안 차리고 대충 먹는 그 대중없는 밥, 그 대궁밥 묵은 밥

 흐린 주방의 저 이는 식전이거나 뜨다 말았겠지만 두세두세 나누는 그 수저질에 끼고 싶다
그래야, 저 진상 손님 축에나 들겠지만 좀 대중없는 듯한, 식구에게 눈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식은 밥처럼 아픈 것은 없는 것,

손님은 주인이 뭘 좀 먹으려면 들이닥친다 이상하게

손은 손을 먹는다

 

[프로필]
윤관영 : 2009 젊은 시인상[한국 시인협회] 수상, 시집[어쩌다 내가 예쁜]
[시감상]
머피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일종의 경험법칙으로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을 때 종종 발생하는 징크스 등을 말하는 것이다. 아무도 없는 가게에 내가 가면 그때부터 손님이 들이닥치는 경우, 우기에 우산을 들고 나가면 보란 듯이 비가 그치는 경우, 본문처럼 손님은 주인이 뭘 좀 먹으려면 들이닥칠 때 등등의 경우가 발생할 때가 있다. 식당 일하시는 분들의 식사는 대게 대충이거나 묵은 밥에 서둘러 뜨는 한 술이다. 어느 땐 잘 차려진 식당의 밥보다 더 먹고 싶은 것이 그 대중없는 밥이다. 바쁜 와중에도 두런두런 모여 나누는 그 수저질이 못내 그리울 때가 있다. 화려한 외식이 아닌 그 밥의 의미는 객지 생활을 하면서 가끔 느끼는 하얀 김 모락모락 나는 우리의 그 집밥과 다름없다는 것, 놓치기 쉬운 장면을 잘 포착해 시적 영상을 조합해 낸 시인의 시선이 날카롭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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