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객들

                                  전다형

눈도장부터 찍었다
방명록에 한 줄 덕담 덤으로 얹었다
귓바퀴를 맴도는 주례사 귀 똥으로 앉고
입저울 위 신랑 신부 얹어놓고
이쪽이 처지나 저쪽이 기우나,
눈저을 눈금 어림잡아보는 사람들
내세울 만한 안면들
대내적으로 다 내세우고 나서
반반한 인사치레 번지러하게 바른 후
우러러 인산인해를 이루는 식당 행렬
금기와 굴레여 튼튼하시라, 금가락지여
한 쌍, 나란히 웃고 섰던 자리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던 그 자리
달콤한 사랑丸, 幻, 빚는 결혼식장
한 쌍, 여린 혀끝으로 간 볼 현실의 맛!

[프로필]
전다형 : 경남 의령, 2002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수선집 근처]
[시감상]
가을은 봄 다음으로 결혼을 많이 하는 계절이라는 말이 새삼 다가온다. 여기저기 많은 청첩장, 새
로운 삶을 시작하는 아름다운 청춘남녀의 행진을 축하해 줘야 하는데, 어쩌다 식장에 가면 찬란한
예식은 뒤로 식당부터 찾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막상 신부 입장 이후엔 식장 안이 썰렁할 정
도다. 축하 하러 가는 것인지, 반반한 인사치레를 하는 것이 목적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의 혼례식.
눈저울의 눈금도 좋지만 정작 주인공들에게 따듯한 박수와 격려로 삶의 장도에 오르는 첫길에 박
수 한 번 쳐주는 것이 옳은 일일 것 같다. 그들이 맛볼 현실의 맛, 여린 혀끝의 매운 감촉을 보듬어
주는 그런 하객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객이라는 말은 축하사절이다. 점심 한 끼 때우거나 인사치
레가 아닌, 젊고 풋풋한 그들의 결혼행진을 끝까지 지켜보는 것, 그것이 하객의 의무다.
<글 :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