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김포시 공동체 활동의 현실과 과제 <9>
(마을 만들기, 사회적 경제, 경기도 따복 중심으로)

마을만들기 사례 - <해외②> 일본 도쿄도 네리마 마을만들기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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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 마을만들기, 철학의 문제다
2회 : 사회적 경제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3회 : 경기도 따복사업의 현황과 과제
       - 마을만들기와 사회적경제의 융복합은 가능한가?
4회 : 마을만들기 사례 - <국내①> 농촌형 마을만들기(완주, 논산)
5회 : 마을만들기 사례 - <국내②> 홍성군 홍동면과 진안군 마을만들기지원센터
6회 : 마을만들기 사례 - <국내③> 수원시 마을르네상스와 안산시 좋은 마을만들기
7회 : 마을만들기 사례 - <해외①> 일본의 마을만들기(도쿄시 세타가야 구)
8회 : 마을만들기 사례 - <해외②> 일본의 마을만들기(도쿄시 네리마 구)
9회 : 마을만들기 사례 - <해외③> 일본의 마을만들기(요코하마, 지바 시)
10회 : 마을만들기 사례 - <해외④> 영국의 마을만들기
                                                      (런던의 거버넌스 도시재생)
11회 : 김포시 마을만들기 사업의 현황
12회 : 김포시, 사회적 공동체의 평가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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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기형적인 도시화는 난개발과 형식적인 도시화로 인한 병폐에 허덕이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아파트라는 공동 주거환경이 조성된 지 수십년이지만, 개인적이고 배타적인 주거문화는 팽배한 대신, 공동체 문화가 사라진지 오래다. 이같은 사회문화는 다시 마을만들기를 통해 공동체 정신과 문화를 회복하기 위해 선진적인 지자체에서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마을 만들기 사업은 기준 없이 사례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김포신문은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해 ‘김포시 공동체 활동의 현실과 과제’라는 주제로 일본의 우수 사례와 국내의 성공사례들을 취재해 문제점과 대안모색에 나선다.<편집자>

 

▲ 요코하마 시립대학교와의 결연으로 고가네 엑스 랩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워크숍 등을 개최한다.

우리나라의 인천시에 비견되는 요코하마시는 18개의 구로 구성되어 있다. 시에서 운영하는 시민활동지원센터는 18개 구에 각각 1곳 그리고 시를 전체적으로 지원하는 1곳까지 19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요코하마시 시민활동지원센터는 '미나토미라이 21 그린센터 빌딩' 4층과 5층에 입주해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시청에서 시민활동지원센터를 지원하고 있는 시민활동지원과가 같은 건물 7층에 입주해 업무협조가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과 행정이 동등하게 협동하는 ‘시민활동지원센터’
2000년 설립된 시민활동지원센터는 현재 NPO 법인인 '시민섹터 요코하마‘에서 운영하고 있다. 요코하마 시에서 지원하는 예산은 1년에 6천만 엔 정도. 1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시와 센터가 중요하게 여기는 운영방식은 협동이다. 자치단체마다 육아, 고령자·장애인 문제, 쓰레기, 외국인 거주자 문제 등 다양한 과제가 있는데 이런 과제들을 행정이 여러 단체들과 같이 해결해 나가려는 것이 협동의 기본 정신이다. 여기서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우리나라의 협동(協同)과 다른 일본어의 협동(協?)이라는 표기의 차이이다. 일본어의 협동은 힘을 합해 일을 한다는 의미이다.

시민활동지원센터에서 행정과 NPO 등이 협동을 할 때는 6가지 원칙이 있다. 첫 번째 대등의 원칙으로 행정이 더 우위에 있지 않고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같이 힐을 한다는 뜻이다. 두 번째가 자주성 존중의 원칙으로 시민단체가 자주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존중한다는 의미이다. 세 번째는 자립화의 원칙이며, 네 번째는 상호이해의 원칙, 다섯 번째는 목적 공유의 원칙이고 마지막 여섯 번째는 공개의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 아래 시행되고 있는 시민활동지원센터의 업무는 상담, 거점, 정보의 소통, 사무공간 제공, 연수와 강좌 등이다.

이 가운데 특이한 점은 '공동 사무실' 제공이 있다. 사무실을 얻기 어려운 NPO나 자원봉사 단체에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사무실 공간을 제공한다. 사무실 제공은 네트워크로 이어지며 독립 후 여러 단체가 모여서 자신들마의 네트워크화가 이뤄진 오피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이같은 공동 사무실을 이용한 후 독립한 단체만 해도 70~80개에 이른다.

▲ 시민 참여형 미술워크숍


매춘골목에서 안전한 예술마을로 - 코가네초
이와 같은 적극적인 시의 정책과 더불어 요코하마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시민 스스로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황금의 마을 코가네초(黃金町)다. 코가네초는 과거 요코하마 항구에 정박한 선원들의 출입이 잦은 유명한 매춘업소 밀집지역이었다. 지금도 코가네초를 가보면 낮은 차양이 있는 이층집 식당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과거 이 식당들은 1층에서 간단한 음식을 팔고 2층에서 불법적인 매춘사업을 진행했었다. 코가네초에서는 불과 몇 백미터도 안되는 좁은 골목길에 250여개의 매춘식당이 있을 정도로 성업이었다고 한다. 매춘식당의 성업은 결국 코가네초를 마약, 조직폭력이 공존하는 위험한 거리로 만들었다.

그러던 중 2003년 코가네초의 상인들과 주민들 사이에 더 이상 이러한 생활환경을 간과할 수 없다며 어린이들이 안심하고 골목에서 뛰어놀 수 있는 안전한 거리로 바꾸자는 의견이 대두되었고 이는 주민방범활동으로 이어졌다. 같은 해 11월 코가네 주민들은 환경정화추진협의회를 결성하고 ‘코가네 X’라는 자체 방법 초소 겸 사무실도 조성했다. 이같은 주민들의 활동이 요코하마시청에 알려지면서 2009년으로 예정되어 있던 요코하마 개항 150주년 사업 중 요코하마 도심 이미지 개선사업을 추진 중이던 카나가와현 경찰청이 2004년부터 불법 매춘식당 단속과 야쿠자 등 폭력조직 소탕작전으로 이어졌다.

이후 코가네초 주민들은 사업을 멈추지 않고 2005년부터 마을가꾸기를 위한 주민협의체를 조직해 코가네초를 따라 흐르는 오우오카 운하 환경정비부 등을 조직해 지역 문화 이벤트를 기획하고 운영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대단한 사업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놀 수 있는 마을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사업이 점점 더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결과 2006년부터 창조도시 요코하마의 거점인 뱅크아트와의 협업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는 매춘식당으로 운영되던 한 건물에 예술가들이 입주해 작품을 제작하고 전시하는 레지던스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으로 시작되었다. 이어 예술가들의 입주가 마을을 밝게 변화시켜 지역 이미지 개선의 효과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본격적인 예술가촌이 형성되었으며 이것이 지금 볼 수 있는 '코가네초 바자르'의 시초가 되었다. 또한 2007년에는 요코하마 시립대학교 연구소가 참여해 '코가네 액스 랩' 즉 대학의 연구소가 현장에 설립된 것이다.

주민의 욕구에서 일어난 변화 행정과 학계, 기업으로 확장
요코하마에는 현재 코가네초 외에도 코우난다이 역 인근의 사회적 기업 '코우난다이 마을카페'와 '어머니업계신문'과 같은 공동체들이 100여 개 이상이 활동하고 있다. 지역주민이 직접 제작한 가방, 액세서리, 부채 등 소품들을 전시 판매하는 코우난다이 마을카페나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을 길러내는 어머니에 초점을 맞춰 보육정보 등을 제공하고 행정과 기업, 주민이 모두 나서서 배포하는 지역신문 '어머니업계신문'은 모두 코가네초와 같이 주민 스스로 일궈낸 공동체 현장이다.

이같은 요코하마의 공동체 활동들은 주민들 안에서 일어난 변화의 갈망이 공무원, 경찰 등의 행정력이 만나고 지역주민들의 욕구와 대학, 기업 등이 맞물리면서 예술과 정보, 상품을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사업으로 발전한 것들이다. 이런 지역의 체험은 마을만들기 등 공동체 활동을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힘의 원동력이 되어 지금도 요코하마시를 변화시키고 있다.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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