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4억원! 열대어에 빠진 신지식인

 

며칠 전 '제20회 경기도 농업인의 날 행사'에서 수산부분 경기도 농이민대상에 통진읍 동을산리에 살고 있는 차영훈 씨(사진)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2011년 사육수조와 책장식 수조를 통한 집약적 사육을 통한 생산량 증가와 관상어 사육 후 버려지는 배출수를 수초 수경재배에 재활용하는 방식을 적용해 신지식인에 선정되기도 한 차영훈 씨와 3대째 운영되고 있는 ‘한국열대어수초농장’이 궁금해 동을산리로 차를 달렸다. 논, 밭,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찾은 그 곳엔 상상 가능한 비닐하우스 대신 초록색 지붕을 한 커다란 공장식 건물이 서있다. 

▲ 천사고기

열대 바다는 아니지만 열기 가득한 수조들
A동부터 C동까지 운영되고 있는 '한국열대어수초농장'에는 모두 1천5백개가 넘는 어항과 수초동이 있다. 책장식으로 진열된 어항에서는 차 대표가 직접 번식시켜 출하시키는 15종의 열대어들과 수입을 통해 공급하는 열대어 등 50여종의 열대어들이 있다. 평균온도 28℃를 지켜야 하는 고온 다습한 환경 속에서 차 대표는 연신 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레온테트라라고 하는 1㎝ 조금 넘는 가장 작은 열대어에서 50㎝가 넘는 홍룡 종류까지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열대어 키운 물 수초에 재활용, 연매출 4억원
차영훈 대표는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물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차 대표의 꿈은 열대어에 있었다. 그가 식물학을 전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열대어는 이미 할아버지 때부터 해 왔던 가업이라 많은 실무 경험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렇다 할 열대어 관련 서적들이 없는 편이었던 옛날부터 할아버지는 직접 열대어 관련 일본어 책을 구입해 번역하고 실무에 적용하시곤 했죠. 그렇게 할아버지와 아버지로 이어진 열대어 관련 노하우들은 제게 밑거름이 돼 주었고, 저는 열대어에 빠질 수 없는 식물을 함께 연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열대어수초농장'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수조와 이웃한 다른 동에서는 여러 종류의 수초가 자라고 있다.  보통의 풀들은 물속에 들어가면 죽어버리지만 수초는 물속에서 자라는 풀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속에서 키우는 것은 아니다. 수초는 물 밖에서도 자라도 물속에서도 살 수 있는 풀들로 차 대표는 단순히 열대어를 키워 납품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수초를 키워 함께 소득을 올리고 있을 뿐 아니라 열대어를 키우는데 사용한 물을 버리지 않고 재사용해 수초를 키우고 있었다.

▲ 청소하는 물고기

가족여행 엄두도 못내, 아버님 자리 커
우루과이 라운드가 시작되면서 열대어의 수입이 자유롭게 되고 국내 시장은 흔들렸다. 김포를 예로 보아도 90년대 이전까지 11개에 달했던 수족관 수가 지금은 3개 밖에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3대째 열대어를 키우고 있는 차 대표의 수족관은 구매고객이 확보되어 있어 판로의 어려움은 없는 상태. 보통 열대어의 알을 부화시켜 출고시킬 때 까지 두 달 반에서 석 달 정도 걸리는데, 차 대표의 어항은 1천5백 개가 넘어 3일에 한번 꼴로 출하가 된다.

▲ 달팽이


"가족여행은 엄두도 못 냅니다. 도와주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식물들도 그렇듯 물고기들도 주인장의 발소리를 들으며 커가기 때문이죠. 보통 며칠 자리를 비우게 될 경우에는 자세하게 매뉴얼을 적어놓고 가지만 다녀오면 100개의 어항 중에 2~3개 어항의 물고기는 죽어 버립니다. 전에는 아버님과 함께 일을 했기 때문에 괜찮았는데, 이제는 혼자 하려니까 아버님의 빈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아직 우리나라의 열대어 자급률은 약 20~30% 밖에 않되 많은 종류의 열대어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차영훈 대표는 주문받은 열대어만이라도 스스로 자급할 수 있도록 양식에 성공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는 갈수록 검역이 까다로워 열대어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

▲ 레온테트라


3대를 이어 온 열대어에 대한 열정과 노하우, 그리고 차 대표의 신지식인다운 새로운 아이디어까지 합쳐서 '한국열대어수초농장'의 연 매출은 4억원에 이른다. 농장을 떠나기 전에 차영훈 대표가 일러준 열대어에 관한 상식 하나. 보통 2년 정도 살 수 있는 열대어들은 약 두 달간 사료를 주지 않아도 살 수 있다. 만약 물고기가 아프다면 수의사에게 처방을 받아야 한다.

▲ 수초


떨어지는 낙엽만큼 기온도 하루가 다르게 내려가는 요즘, 집안의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작은 어항에 열대어 몇 마리 키워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 직접 염색시킨 물고기
▲ 수초

윤옥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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