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번국도 방어 위한 군 시설...재산권 사용 못해

▲ 주민들이 군을 성토하며 내걸은 현수막들

▲ 감탕산 정상에 있는 군 벙커시설

▲ 해평마을. 증축과 개축을 하지 못해 마을 전체가 몹시 낡아 있다.

48번국도 방어 위한 군 시설...재산권 사용 못해
5천 세대 아파트 건립 추진...군부대 동의 어려워
신도시 건설...기존 작전개념 시가화전투로 바꿔야

군부대의 방어시설로 지난 60여년간 재산권 행사를 못한 주민들이 더 이상은 못 참겠다며 실력행사에 나섰다.

48번 국도변 장기패션아울렛 인근 양촌읍 누산리 해평마을. 국도 옆 야트막한 동산 너머 고즈넉한 마을이 펼쳐져 있다. 해평마을은 동산이 국도에 오가는 차량의 소음을 차단하고 있어 조용하고 한적한 모습이다. 하지만 해평마을은 군사보호지역에 묶여 오래되고 낡은 집들뿐. 논밭 사이 사이에는 공장들이 산재해 있고, 마을 안에는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도로가 이리 구불 저리 구불 집과 집들을 연결해 주고 있다.

마을과 48번 국도 사이에 있는 동산은 해발 45m 감탕산. 국도보다 18m 높은 언덕이다. 이 동산의 허리에는 교통호가 둘러져 있고, 정상에는 콘크리트로 단단하게 만들어진 벙커 여러 개가 산재해 있다. 산 정상의 벙커는 48번 국도를 따라 서울로 진입하려는 적군을 방어하기 위한 시설. 한강을 건너 서울로 진입하는 적군을 방어하기 위해 군은 용화사부터 이곳을 지나 운유산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방어선을 정하고 이곳 동산 정상에 방어용 군사시설을설치해 놓았다. 육군 17사단은 현재 이들 시설에 상주하고 있지는 않고 훈련기간에만 사용하고 있다. 이 방어선은 찰리방어선이라 불린다.

김포한강신도시 조성이 계획될 때 이들 방어선상에 위치한 누산리·석모리 지역은 군사방어 지역으로서 제외됐고, 한강신도시는 구래동 지역과 장기·운양동 지역으로 나뉘어 아령 모양의 모습으로 건설됐다. 한강신도시에서 제척된 이들 지역의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심한 박탈감을 느끼게 됐고, 결국 마을 재개발을 위해 군부대 시설의 이전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누산리 해평마을 주민들은 누산지구개발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이영길)을 조직하고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나섰다. 재개발사업은 해평마을 일대 9만3천여평에 5천여세대의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것. 추진위는 마을주민과 공장주들의 동의를 받아 김포시에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제안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군부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 주민들은 언덕 위 군 시설로 올라가는 길을 막고 군 시설 이전과 재산권 행사를 보장하라는 현수막을 곳곳에 펼쳐놓고 농성중이다.

이영길 위원장은 “그동안 우리마을은 고도제한에 걸려 2층집도 짓지 못하는 등 지난 60여년 간 고통받고 있다”며 “군 시설 때문에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한다면 군 시설을 지역주민들이 자비를 들여 사업구역 바깥쪽에 이전 설치해 줄 테니 사업에 동의해 달라고 군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우리마을에 있는 방어시설은 예전 방어개념에 따라 설치된 시설이다. 김포시는 도시화되었기 때문에 이전 언덕 위에서 아래쪽 개활지를 향해 사격을 하는 전투 개념에서 시가지 전투 개념으로 작전계획을 변경해야 한다”며 “작전 개념을 바꾸지 않는다 하더라도 찰리방어선은 양곡지구 등 아파트가 앞쪽을 막아선 상황이라 어차피 이곳에 위치한 방어시설은 누산IC 쪽으로 더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7사단 측은 “도시화가 되면서 작전 개념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작전 준비와 훈련, 장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시간이 필요하다”며 아직은 누산리 주민들의 요구에 응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편, 해평마을 주민들의 민원을 접수한 홍철호 의원실은 “그동안 재산권을 침해당하고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큰 주민들을 위로하고 싶다”며 “현실적으로 군부대의 동의를 받는 데는 어려움이 많지만 공론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말했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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