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나이 58세 아줌마들의 꿈

공연을 마치고 무대 앞으로 나와 인사를 하는 모습

몇 해 전 '해를 품은 달'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드라마에서 세자인 '훤'과 세자빈 '연우'가 즐겁게 보던 공연이 있었다. 바로 인형극이다. 김포에도 인형극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을 만나러 김포시평생학습센터로 향했다.

높게 드리워진 검은 천막 뒤에서 막대인형을 든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인형 하나에 두 사람이 매달려 한 사람은 다리 아래로 연결된 막대를 잡고 인형을 위아래 혹은 좌우로 움직인다. 다른 한 사람은 양쪽 팔에 연결된 작은 막대를 잡는다. 손동작을 자연스럽게 해야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인형이 탄생되는 것이다. 준비된 배경 음악과 녹음된 대사에 맞춰 인형들을 입장시키고, 퇴장시키기 위해 무대 뒤 사람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관객이 없는 연습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대충하는 사람은 없었다.

극단 '나비'는 2013년 처음 평생학습센터 기획으로 만들어졌다. 모두가 인형극을 처음 접해보는 순수 아마추어들을 모아 전 EBS인형극단장 여영숙 교수의 지도로 창단 1년만에 유료공연까지하는 어엿한 극단으로 자리매김 했다.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아이와 함께 공연을 보는 엄마들의 반응도 뜨거워요. 나이가 있어 인형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공연을 하다보면, 손목도 아프고 힘들고 지칠 때도 있죠. 하지만, 공연을 보며 아이들이 대사를 따라하거나 '그러면 안돼!'하고 반응을 보일 때면 소름이 돋고 뿌듯함을 느껴요. 그 희열은 중독성이아주 강하답니다. 쉽게 못 그만두는 이유죠."

손목에 붕대를 칭칭 감은 한 단원은 인대도 늘어나고, 화상을 입었어도 연습을 쉴 수 없다고 말한다.

그녀들은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에 모여 스스로 무대를 설치하고, 대본에 맞춰 서로의 목소리로 녹음을 한다. 그렇게 수개월의 반복된 연습을 하고 나서야 하나의 공연이 무대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인형극에는 막대인형, 손인형, 줄인형, 탈인형, 그림자인형 등 다양한 종류의 인형극 종류가 있지만 그래도 가장 기본은 막대인형이라고 강정숙 단장은 힘주어 말했다.

단장을 맡은 강정숙 씨도 인형극을 처음 접하기는 마찬가지.

"어렸을 때, 배우가 꿈이었어요.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죠. 그 때는 배우라고 하면 '딴따라'라고 생각해서 부모님들이 허락해 주지 않았어요. 결혼하고 그냥저냥 꿈을 마음에만 품고 살아오다가, 인형극단을 만든다는 말에 주저 없이 뛰어 들었죠. 새로운 인생을 사는 기분이예요."

평생학습센터로부터 지원받는 것은 여러 동아리들이 시간을 쪼개 사용할 수 있는 연습실이 전부다. 40분짜리 공연 한 편 준비하는 데 보통 1년여의 기간과 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극단 나비 단원들은 그동안 다녔던 유료공연료를 모두 모으고, 모자라는 돈은 십시일반 보태서 벌써 3개나 되는 공연 레퍼토리를 만들었다. 열정이 아니면 가능하지 않았을 터다.

"인형극을 배울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쉬워요. 아직은 실력이 좀 부족한 면이 있지만, 언젠가 회원 수가 늘어나면 아마추어 단원들이 전문단원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강 단장의 포부가 허황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13명의 단원들이 모두 같은 꿈을 꾸고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그녀들의 모토는 '80까지 가자'이다. 평균나이 58세의 그녀들이 80세에도 멋진 공연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무대 뒤에서 단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공연을 연습하고 있다.

윤옥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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