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물에 중독된 채 발견된 재두루미의 눈망울에 공포가 가득하다.

철새 이동과 수렵허가 시기 맞아 밀렵꾼 등쌀, 보호동물 영문 모른 떼죽음
야생동물 보호한다며 총질도, 아침 저녁 총들고 다니면 밀렵 의심해야

철새 등 야생동물이 많이 이동하는 요즘은 밀렵이 성행하는 때이다. 해마다 이맘 때 밀렵철을 맞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는 밀렵 감시를 강화하고 홍보물을 제작하여 배포하는 등 밀렵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밀렵을 감시하는 곳은 겨울철새의 주요 도래지인 한강하구, 철원, 시화호, 천수만, 고암저수지. 낙동강 등이다. 특히 올해엔 밀렵신고가 빈번한 인천 영종도와 국내 공항 주변의 밀렵을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

밀렵꾼에 의해 날개를 부상당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큰고니.

달라진 여건에 따라 밀렵도 진화한다. 요즘엔 '허가 낸 밀렵꾼'이라는 말도 나온다. 합법적인 야생동물 보호자인 듯 행세를 하는 밀렵꾼이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수렵 허가증과 포획구역 지도를 보여 주며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단체의 회원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일반인들은 속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상적인 야생동물 보호단체 회원들이 총을 들고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출 전이나 일몰 후 총소리가 나거나 총을 들고 다니는 이가 있다면 밀렵으로 의심해도 무방하다. 수렵 허가증에는 수렵지역이 명시돼 있다. 그 지역을 이탈하여 수렵을 하는 것은 밀렵으로 간주된다. 

밀렵꾼의 차량은 일반차량과 달리 움직임이 빠르지 않고 머뭇거리며 4륜 구동인 스포츠실용차량이 많다.철새 도래지에서 이런 차를 만나면 의심을 하고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밀렵은 아침과 저녁에 새들이 이동하는 시기에 이루어진다. 정해진 이동 길목에 잠복하여 밀렵을 하는 경우와 자동차로 이동하며 차에서 총을 쏘는 일명 '차치기' 수법이 있다. 농경지에서 차량이 멈췄을 때 새들이 갑자기 날아가면 밀렵이 있었던 곳이라고 보면 된다. 총탄 세례를 맛본 새들이 미리 경계하기 때문이다. 총기로 살생의 짜릿한 맛을 본 밀렵꾼들은 마약중독과 같이 쉽게 유혹을 뿌리칠 수 없어 밀렵을 근절하기 쉽지 않다. 야생동물이 보신용으로 좋다는 잘못된 속설로 인해 은밀한 생계형 밀렵도 계속되고 있다.

독극물에 의해 주검으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재두루미.

독극물을 사용하는 밀렵꾼은 살충제인 무색 무취의 다이매크론을 물에 풀어 볍씨를 담가 두었다가 말려 뿌린다. 이 농약은 독성을 지속적으로 끼쳐 밀렵 대상을 넘어 야생동물들에게 많은 피해를 준다. 독극물은 떼죽음을 부르기도 한다. 독극물로 죽은 새는 사람의 눈을 피해 저녁에 거두어 가지만 밀렵꾼이 찾지 못하면 농약에 중독된 사체를 독수리, 삵 등 다른 동물이 먹고 2차 피해를 입는다.

산에서 주로 사용하는 창애나 덫, 올무는 일반인보다 주변 환경과 동물들의 습성을 잘 알고 이들의 이동 길목과 동선을 정확히 파악하는 전문적인 밀렵꾼이 주로 놓는다.

우리나라는 수렵과 야생동물을 함께 보호하는 단체가 있다. 밀렵도 감시한다. 어떻게 한 단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모순으로 보인다. 수렵은 수렵인의 단체로, 야생동물 보호는 보호단체에 의해 운영되어야 마땅하다. 사냥과 밀렵감시, 보호를 함께 하는 단체를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을까. 이 단체의 일부 회원들에 의해 빈번하게 일어나는 밀렵의 문제와 오해를 막기 위해서도 그렇다. 유해동물 퇴치 허가 따위의 그럴듯한 명목 아래 영문도 모른 채 야생동물들이 죽어가서야 되겠나.

엽총탄에 맞아 수십 마리가 한 번에 죽음을 당한 쇠기러기.


<글/사진=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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