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 고전 가운데 “금낭경(錦囊經)”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 ‘탈신공개천명(奪神功改天命)’이란 말이 있다. 해석해 보면 신의 공력을 빼앗아 천명을 바꾼다는 의미이다. 이번 호에서는 경영자의 탈신공개천명에 대해 풍수적으로 살펴보자. 천명이란 하늘의 뜻 내지는 의지로써 선천적인 운명을 말한다.

사람에게 선천성이란 흔히들 사주팔자라고 일컬어지는 타고난 운명을 말한다. 사람이 타고 난 운명이야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이는 개인의 힘으로 타고난 운명을 어찌할 수 없다는 얘기일 것이다. 우리는 타고난 운명대로만 살아야 하는 것일까?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운명을 바꿔보자는 것이 개천명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관건인데, 그것은 신의 공력을 빼앗아 그 공력으로 선천적 운명을 바꾼다는 것을 의미한다. 풍수지리학에서는 신의 공력(功力)에 대해 명당의 혈처를 의미한다. 혈(穴)이란 바로 신의 공력인 기(氣), 즉 지기(地氣)가 뭉쳐진 자리를 말한다. 지기란 만물을 소생하고 양육하는 힘의 창고와 같다. 생명이 있는 그 어떤 것도 땅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없다. 혹자는 물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물도 땅위에 있는 생명을 가진 만물가운데 하나 일 뿐이다. 

지기는 땅의 어느 곳에서나 존재한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나 있는 일반적인 지기는 보통의 영향력을 가질 뿐이다. 그러한 보통의 지기로는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없을뿐더러 그러한 땅은 신의 공력(功力)까지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그런 일반적인 지기로는 타고난 운명을 바꿀 수도 없다. 그래서 신의 공력이 깃든 곳, 신의 작품에 해당하는 아주 특별한 일점(一點)의 땅, 그 곳을 혈이라고 한다. 따라서 신의 공력을 빼앗는다는 것은 신이 점지한 명당의 혈을 빌려 그 특별한 힘으로 사람이 타고 난 선천적인 운명을 바꾼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신은 명당의 혈을 쉽게 주지 않는다. 까다로운 조건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명당의 혈은 자연적 조건으로 산과 물의 형태와 세(勢)가 수려하고 아름답게 유정(有情)해야 하고, 인간적 조건으로 선을 쌓고(積善) 덕을 쌓아(積德)서 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한 두 가지 조건이 갖추어질 때 신은 비로소 명당이라는 혈처를 안겨준다. 풍수의 양택과 음택은 바로 이러한 혈처에 입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CEO들은 과연 명당이란 혈처를 가지고 있는가? 필자의 질문은 CEO들의 양택과 음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직설적으로 그들이 혈이라고 하는 일점의 땅에 음택과 양택이 입지하고 있어 발복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도 해당되겠지만, 그것보다는 앞서 말한 두 가지 조건가운데 첫 번째는 산과 물의 형세가 유정해야 한다는 것과, 두 번째로는 적선과 적덕을 쌓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한 본질을 묻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필자 스스로의 답은 이렇다. 산세와 수세는 CEO 혹은 기업의 외적 경영환경과 인적교류에 대해 얼마만큼 긍정적 요소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느냐에 관한 것이다. 또한 적선과 적덕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내지는 CEO의 도덕성, 경영이념과 공익을 위한 공생적 윤리관을 지녔느냐에 따라 명당이란 혈처를 보유했느냐 보유하지 않았느냐의 여부로 귀결된다. 그러므로 적선과 적덕은 나누고 베푼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이 말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功利)의 개념과는 전혀 다르다. 벤담이 개인의 쾌락과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 공리주의(功利主義)를 제창하였다면, 풍수에서의 적선과 적덕은 개인의 이익을 절제하고 조금은 희생이 따르는 공리(公利)를 표방한다. 따라서 한국의 CEO들이 적선과 적덕을 행한다는 것은 공리(公利)를 표방한다는 것을 말한다. 진정한 의미의 공익적 경영논리야말로 풍수의 명당이 주는 혈을 지닐 수 있다. 이러한 혈은 신의 공력을 빌러 선천적 운명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한국 CEO들의 명당(혈)은 음택과 양택보다는 필자가 말한 위의 두 가지 본질적 조건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CEO에게만 주어진다. 한국의 CEO, 그들에게 탈신공개천명(奪神功改天命)의 의지는 있는가? 있다면 기업의 발복으로 나타나 5대양 6대주를 누리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장정환/풍수지리학 자연지리학 박사. 한국풍수지리감정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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