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길 가는 노랑딱새, 산초 열매는 휴게소 별미

노랑딱새 수컷

노랑딱새 암컷은 수컷보다 몸매 선이 아름답다.

시베리아서 새끼 데리고 동남아 가는 길 잠시 들러
산초나무 열매 포식해 지방 축적, 1년에 보름만 관찰돼

지난 9월25일 가을의 전령사 큰기러기가 한강 하구에 도착 했다. 이때쯤이면 우리나라에서 번식을 마친 여름 철새들이 가을을 뒤로 하고 불어난 가족들을 데리고  동남아 등으로 머나먼 여행을 시작한다. 여름철새에게 가을은 바쁜 계절이다.

우리나라에서 번식을 하지 않지만 지난 10월 1일 이동시기에 꼭 들러 가는 나그네새 노랑딱새를 만났다. 봄과 가을에 10~15일 정도 관찰이 된다.

봄에 동남아에서 겨울을 나고 번식지인 아무르, 우수리, 시베리아 동부와 중국 북동부로 향할 때보다는 요즘 번식을 끝내고 새끼를 데리고 잠시  우리나라를 머무는 가을이 노랑딱새에게는 더 풍요로워 보인다.

노랑딱새는 파리 등 곤충이 주식이다. 그러나 산초나무 한 그루를 해마다 찾아오는 열댓 마리의 노랑딱새가 있다. 3~4마리로 이뤄진 가족이 이동 중 꼭 들러 별식을 즐긴다. 이곳에 대한 즐거웠던 기억은 어미로부터 새끼로 학습되어 전달되는 것 같다.

종일토록 노랑딱새들이 정신없이 잘 여문 산초 열매를 따먹느라 야단이다. 하나 둘씩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여기저기서 날아들어 5분 남짓 잔치가 벌어진다. 그리곤 숲속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또 다시 하나 둘씩 모여드는 광경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산초 열매를 문 어미 노랑딱새 암컷은 먹이를 먹는 중에도 새끼를 보호하려는 본능이 강하다.

어미 노랑딱새들은 재빠른 정지비행 동작으로 노련하게 먹이를 따먹으면서도 새끼들을 보살피며 주변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경험이 적은 어린 새끼들이 산초열매를 먹기 위해 방심하는 사이 천적으로부터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다.

노련하게 정지비행을 하는 어미 노랑딱새 수컷.

어린 새들은 먹이에 더 집착하지만 먹이를 따먹는 모습이 왠지 어설프다. 그래도 정지비행은 일품이다. 타고난 비행 실력이다. 역시 새나 사람이나 경험은 연륜에서 얻어지나 보다.

오후 4시쯤 갑자기 어수선하던 산초나무 주변이 조용해졌다. 노랑딱새들이 자취를 감췄다. 적막이 흐른다. 가끔 저 멀리서  돌을 깨는 굴삭기 소리가 적막을 깨뜨린다. 5~6분 간격으로 산초나무와 숲속을 오가던 노랑딱새들이 20여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다. 바로 그 때 참매 한 마리가 주변을 스쳐간다.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본능적으로 천적이 나타난 것을 알고 재빨리 몸을 숨긴 것이다. 네발나비가 산초 열매 위에서 휴식을 취한다.

노랑딱새가 왜 산초열매를 즐겨 먹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먼 길을 떠나기 위해 몸에 충분한 지방을 축적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 추정해 본다. 시베리아에서 번식을 끝내고 월동을 위해 한국의 중간 기착지까지 2000㎞ 이상을 날아와 잠시 머무는 나그네인 노랑딱새는 먼 여정을 다시 시작하여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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