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밀론 이불을 묶은 요철이 비워주고 오는 방의 쪽창 모양을 닮았다,
내리막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누드로 길에 나온 세간들이 어깨를 한번 뒤
챈다, 두고 온 것들이 멀어질수록 짧아지는 정처를 위하여 용달 씨가 흥
겨워진다, 아뿔싸, 세상의 모든 노래는 용달 씨를 위하여 지어 놓은 것만
같았다. 냉장고도 세탁기도 숨을 죽이고 용달 씨의 노래에 귀를 기댄다.
네모나고 세모지고 동그랗고 뿔난 것들 속으로 용달 씨의 노래가 파고든다.
가사가 스민 세간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동안, 그가 잠시 목청을 쉰다.
목줄에 매인 주인집 개가 용달 씨 대신 서서히 스피커의 볼륨을 높이기
시작한다.

[프로필]
정윤천 : 1960전남 화순출생, 1990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집 [흰 길이 떠올랐다] 외 다수

[시감상]
가을은 이사철이라고 한다. 저마다 생의 무게들을 버리거나, 사거나, 바리바리 묶어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을 하는 철이다. 철 이라는 말에서 새떼의 이동을 떠올린다. 먹이를 찾아 남녘으로 날아갈 철새들, 곧 노을아래 귀 밝은 철새들의 한 철 이동을 보게 된다. 우리도 한 번쯤 이곳에서 저곳으로 날아갈 준비를 할 때가 아닌지? (글/시인 김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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