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을 해부하다                       

                                                    김용두

장미가 제 사후의 일에 골몰하다

보험을 들었다

밀로의 비너스처럼 우아한 포즈를 취하면서

아랫도리를 벗었다

하나뿐인 순결을 담보로 내밀었다

바람이 은밀한 부위를 들추자

온몸에 가시를 세웠다

가녀린 생이 바람에 떨고 있다

허공은 포주처럼 뒷배경을 자처했다

곤충들이 몇 번씩 붉은 방을 드나들며

낮거리에 취해갔다

장미의 신음이 깊어지는 한낮이다

관음증으로 햇빛이 달아오르자

서늘한 밤이 냉각팬을 가동했다

비로소 한 생이 휴식에 들어갔다

무더위에 붉은 방들이 소리 없이 허물어진다

바람이 길바닥에 피를 뿌리자

매달린 보험증권들 얼굴을 내민다

[프로필]

김용두 : 전남 장성 출생, 시문학 등단, 시마을 동인

[시 감상 : 시인 김부회]
4월이면 붉은 장미가 만개한다. 그 꽃과 향기에 취해 꽃길을 걷다보면, 문득 장미꽃이 그토록 환하게 핀 이유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한다. 시인은 장미꽃이 그리 붉고 아름다운 이유를, 넉살스럽게 보험증권에 비유 했다. 그 아름다움의 유통기한을 알기에… 아름다움이란 피부 한 꺼풀에 불과하다는 서양 속담이 불현듯 생각난다.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