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적 사유를 바탕으로 시대적 미학을 채운다


Part. 1
신동호의 사유세계는 짐작이 어려울 정도로 깊이가 있다. 10년 전 병마와 싸우며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일반인으로는 생각하기 힘든 깊이를 생각하며 그 깊이를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동양적 사유세계를 꾸준히 연구하기도 했지만 힘들었던 그 시절의 전과 후는 분명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어두운 수묵을 치던 작품이 밝은 색으로 채워졌고, 흰 화선지의 여백은 다양한 색의 미학으로 바뀌었다. 있다. 미술사 와 성리학을 공부하면서 희고 깨끗함을 수묵으로 담아내려던 노력이 지금의 작품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저 흰색으로 남겨놨던 부분이 여러 채색으로 더욱 밝아졌을 뿐이다.


Part. 2
그의 가까운 벗 시인 김섬동은 신 화백의 작품을 “여백의 미학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그는 여백을 있는 그대로 방치하지 않고 단단하게 혹은 부드럽게 채움으로써 단순한 바라봄의 안목을 끌고 나아가 피안의 세계를 보여주고 건네주는 마력이 있다”고 표현했다.
신동호의 사유세계의 변화는 시대성과 연관돼 있다. 동양화를 그릴 때 표현하려는 대상물을 어느 한 구석이라도 소홀함이 없이 꼼꼼하고 정밀하게 그리는 기법인 공필(工筆)과 사물을 형상 그대로 정밀하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대상에서 유발된 것이나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화가의 심정인 사의(寫意)는 몇십 년간 축적된 덕에 더욱 단단해졌지만 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작품의 변화로 이어졌다.


Part. 3
예술가는 50을 뜻하는 지천명이 되어서야 진정한 예술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즉,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다. 그도 지천명이 될 때까지 자신을 갈고 닦았다. 그러던 중 청천벽력의 암(癌) 4기라는 소식을 접했고, 병마와 싸우며 줄곧한 생각이 그동안 기본에 충실하며 공부했던 미술양식과 작가로서의 소양을 쌓으며 언젠가 자라서 훌륭한 예술 작품으로 발현되길 기다리며 축척된 생각의 씨앗이 소멸된다는 생각에 자신을 더욱 슬프게 했다고 한다.
고된 치료를 견디며, 자신의 그림을 꼭 그리겠다고 다짐하면서 병을 이겨낸 신 화백은 기운생동(氣韻生動)을 중시하고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과 동양철학(東洋哲學)을 근본으로 삼았던 작업형태에서 벗어나 직관(直觀)을 통한 시대적 인식과 깊은 성찰(省察)의 시간을 가진 신 화백은 작품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Part. 4
신 화백은 예술의 변화는 건축양식에 비롯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건축과 어울릴 수 있는 클래식과 모던의 조화 또는 과거와 현제의 융합을 통해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양식의 예술이 보는 이의 마음 감동(感動)시킬 것이라고 판단했다.
위에서 말했듯, 수묵의 어두움을 탈피하고자 색을 가미했고, 소재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 대표적인 소재가 바로 꽃이다. 그의 작품에서 꽃은 시각적 의미, 구도의 의미, 전체적 공간성 등을 포함하고 있지만 가장 큰 의미는 바로 생명성이다.
김섬동 시인 역시 신 화백이 그려내는 작품을 “무생물체처럼 느껴지는 바위를 부드러운 생명의 율동을 빌려 생명성을 부여하고 나무나 꽃들의 그윽한 율려를 작고 느긋하게 그려낸다”고 평했다. 또한 “벽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어둡고 고단한 길을 유연한 생명의 들로 안내함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잉태한다”고 정의했다.

Part. 5
그래서 그의 작품은 동양적 사유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새로운 시대에 대한 표현도 빠짐이 없다. 작품에 색과 공간을 주고 생명을 잉태하는 작업, 신동호 화백의 작업 방향이다.
이는 시대와 부합되고, 보는 이의 시각적 자유를 주며, 공력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수묵화를 공부할 당시 형이상학과 형이학의 교차점에서 갈등하며 쌓았던 그 감성과 깊이를 지금의 작품 에도 고스란히 담으며, 원 없이 표현하고 있다.

신동호 작가 약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개인전 13회 및 단제전 100여회(국립현대미술관외)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및 입선 7회 입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경기도미술대전심사 외 다수심사위원역임
  외교통상부 대통령 외교순방선물작품선정
  김포시독립기념관벽화 작품시공
  중등고등학교 교과서작품수록(21점)
  충북대학교 수묵화전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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