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근
김포시의회의원
우리의 걸죽한 속담

우연한 기회에 전통사회의 성에 관한 속담을 찾게 되었다.

고상하게 한문으로 표현하지 않고 솔직 담백하게 뱉어내는 토종 우리의 말로 표현한 속담은 한편으로 낯이 붉어지게 하지만 기막힌 적절한 표현에 가차없이 웃음을 터트리게도 한다.

그리고 성을 특별히 감추거나 억눌러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밥이나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생각하였다.

이에 백성들이 지혜를 결집하며 속담을 만들어 내면서 성적 표현을 많이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 속담에 『첫사랑 삼 년은 개도 산다』는 말이 있다.

깊은 뜻은 언제나 연애시절과 신혼 때와 같은 달콤한 사랑을 바라고 있는 남,녀에게 경종을 울리게 하는 것이다.

즉 사람의 사랑이 변하는 것은 대개 삼 년이 지나고 부터인데 기나긴 자기 수행과 같은 과정을 절묘하게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속담은 생활의 활력소

그리고 우리 속담은 금기에 도전하면서 과부를 많이 등장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복 있는 과부는 넘어져도 가지밭에 넘어진다』라는 유머 섞인 속담, 이 속담의 뜻은 억지 수절하는 여인네, 억지 과부가 된 여성들을 위해 가지 밭을 생각해 낸 것이다.

또한 『머슴에게 같은 값이면 과부집 머슴살이를 하라』는 해학적인 속담도 있다.

하지만 세상살이 어찌 좋은 일만 일어나겠는가!

이를 두고 한 속담 또한 기막히다. 『복 없는 과부는 자도 고자하고 잔다』『십 년 과부 고자 대감 만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의 옛 여성은 과부가 아니더라도 성적 억압 속에 살아야만 했다. 그래서 위선을 부려 『열녀전 끼고 서방질 간다』 『코 크다고 얻는 서방이 고자』 『공×하고 비녀 빼 가는 놈은 망나니』라 하였다.

어디 그뿐인가. 『꼴도 보기 싫은 년 속을 벗고 덤빈다』등의 속담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표현의 차이만 있을 뿐 성의 감정은 같다고 할 수 있다.

사랑은 풋사랑, 바람은 늦바람

또한 이러한 우스개 같은 속담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시어머니 죽고 처음』이라는 말도 있다. 온 식구가 단칸방에서 살았던 시절 부부가 오만가지 눈치를 보던 시절의 얘기다.

오랜만에 부부가 택일을 하여 합방을 하더라도 비단 금침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거적하나 깔아 놓고 토방에서 자식을 만들었으니 그렇게 힘들게 만든 자식이 망나니 노릇을 하면 『무릎 벗겨가며 자식 헛 낳았다』고 하였다.

부처도 웃길만한 성의 강력함과 함께 무릎 벗겨가며 치른 의식으로 망나니 자식하나 얻게 하는 성의 서글픔까지 알고 있던 선현들은 사랑의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사랑은 풋사랑이 좋고 바람은 늦바람이 좋다』 『사랑은 품앗이다』 그리고 『사랑과 가난은 감추지 못한다』는 옛 선현들의 해학에 감탄할 뿐이다.

서로 못 버려 사는 사십대

어디 그뿐인가! 조혼이 성행했던 시절 『열살 줄은 멋 모르고 살고』 『스무 줄은 아기자기하게 살고』 『서른 줄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고』 『 마흔 줄은 서로 못 버려서 살고』 『 쉰줄은 서로 가여워서 살고』 『예순 줄은 서로 고마워서 살고』 『일흔줄은 등 긁어 주는 맛에 산다』라는등 철모르는 시절부터 남녀가 맺어져 살아가는 인생길을 이렇게 명확하고 실감나게 표현한 지혜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농경 사회가 주를 이루는 시절 삼십 줄에 들어서니 연지, 곤지 찍을 시간도 없이 『자식키우랴』『집안일 하랴』『 논. 밭에서 정신없이』 일을 하며 정신줄을 놓고 생활한 것이 사실이다.

사십대에 들어서 새삼 서로를 쳐다보니 소, 닭 보 듯 닭, 소 보듯이 지나쳐 서로 웬수 같은데 자식으로 칭칭 동여진 부부라 지긋지긋한 관계를 쉽게 끝내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지지고 볶으며 지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머리가 희끗희끗해진걸 보니 불현듯 가여워지는 것이 부부의 사랑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굽은 등을 내 보일 때쯤이면 철없고 무심했던 지난날을 용케 견디어준 서로가 눈물나게 고마워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이젠 지상에 머무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쭈글 쭈글해진 등을 서로 긁어주고 있노라면 그 옛날 팽팽했던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남녀의 사랑이라기보다는 평화로운 자비심으로 가슴 충만해지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네 인생살이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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