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는 별난 교장선생님이 계시다. 학교 구석구석 어느 곳에서나 매일 볼 수 있는 분이시기도 하다. 내가 보기에는 무척 부지런하시고, 학교를 위해 성심성의를 다하시는 것 같은데 친구들 눈에는 그렇지 않는 것 같다.
1학년 초, 중학교에 처음 들어와 서로 얼굴익히기에 바쁘고, 누가 공부를 잘하는지 누가 무얼 잘하는지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즈음, 주위 친구녀석들의 수다가 먼뜻 내 귀에 들려왔다.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 엄청 지독하대. 선배들이 그러는데 청소 하나하나 물건 낭비하는 거 하나하나 지켜보고 엄청 까다롭다고 하더라. 3학년동안 학교물품 쓰기 무서워서 어디 학교 올 수 있나 있겠니? 된통 걸렸어, 큰일 났다구!” 난 그저 흘려듣는 소문이겠거니 하고 지나쳤다. 하지만 학교생활을 하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찌는 여름, 오돌오돌 떨며 공부해야하는 겨울마다 선풍기, 온풍기는 틀다가 마는 정도였고 교실 형광등도 모두 켤 수 었없다. 그렇지 않으면 교장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질테니… 아마 졸업한 선배들도 우리가 겪은 만큼 교장선생님의 절약정신을 뼈저리게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교장선생님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다른 선생님들과 똑같이 우리 학교들을 아끼고 사랑하시는 것 같다. 그렇게 느끼게 된 계기가 하나 있다.
몇 주전 우리 학교에서 운동장 조회를 한 적이 있었다. 무척 무더운 날씨였고 습도도 높았기에 많은 학생들이 짜증을 내며 조회가 어서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장 수여를 마치고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 차례가 되었을때 교장선생님께서는 앞으로 나오시더니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서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다.
“나도 학생여러분들과 같은 공간에 있으니까 더운 것 조금만 참아주세요?”
잠시 후 아이들은 수근거렸고 선생님들도 놀라시는 눈치셨다. 이렇게 교장선생님은 학생들과 함께 하는 학교를 원하시는 것 같다. 아끼는 사람 따로 있고 낭비하는 사람 따로 있는게 아니라 모두 함께 사용하는 것이기에 좀 더 아끼고 절약해주기를 바라셨던 것이다.
요즘 청소년, 그러니까 나를 포함한 10대 청소년들은 기계에 너무 많이 익숙해져있다. 선풍기, 에어컨, 온풍기등등…
그래서인지 아껴야한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모자람을 느껴보지못한 우리이기에 절약한다는 건 약간 생소한 이야기다. 교장선생님 또래의 어른분들께서는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배워야만 했고, 그렇게 자라오셨기에 절약이라는 것이 몸에 배어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습관들을 우리에게 가르쳐주시려다보니 편한 것만 요구하는 학생들과의 마찰이 일어나는 것 같다.
이제 우리도 아껴야만 한다. 아무리 좋아진 세상, 풍족한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언젠가는 바닥이날 자원이고 우리의 터전이다. 우리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미래의 우리 자손들이 살아가야 할 땅이기에 아껴야하고 소중히 절약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어른들의 잔소리와 가르침이 그저 지나쳐듣는 소리가 아니라 우리가 장성해가기 위한 받침돌이 된다는 걸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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